온가족 콘텐츠의 올바른 예, ‘선녀들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사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새로운 예능이 아니다.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금요일 밤에 두 나라의 국경을 넘는다는 콘셉트로 미국-멕시코를 시작으로 프랑스-독일, 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스페인-영국-모로코-포르투갈, 이탈리아-슬로베니아 등 5번의 여정을 다녀온 바 있다. 그때도 설민석 선생과 함께 국경을 넘으면서 역사와 사회문화, 예술, 국제 정세 등을 알아가는 인문학 예능으로 적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예능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탐사 예능이란 자신만의 특별한 깃발을 내세웠지만 시청자들에겐 별다른 특색으로 다가가지 못한 탓이다. 세계사 코드로 기획된 여행 가이드 패키지는 여행의 대리체험이란 측면에서 대대적인 히트를 치기는 어려운 상품이었다. 결국 지난해 대유행한 여행 예능의 범주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여행 예능의 범주에서 보다 자유로워졌다. 여행이라기보다 현장학습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해졌다. 시즌2에 해당하는 ‘한반도 편’은 여행이나 탐사라기보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현재의 대한민국을 둘러싼 선들이 생기게 되기까지의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최초로 종전협상이 진행되는 현재까지 많은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 근현대사 강의다. 설민석은 “내가 처음 <선녀들>을 할 때 소원이 뭐였냐면 물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심리, 현실적으로 가장 먼 그 선을 넘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군사분계선 넘기”라고 했다. 아직까지 다큐도 없었는데 방송 사상 최초로 넘어가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거쳐 간 강화도, 교동도, 제주도 모두 가는 곳마다 교과서에서, 드라마에서 배운 것보다 더 깊은, 좀 더 알고 있어야 할 역사가 있다. 보다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피부에 와 닿는 역사 강의이자 현재 진행 중인 정치 사회 문화적 흐름을 해석하는 시선을 제공하는 안내인지라, 아는 만큼 보이는 즐거움이 확실하다.



설민석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된 출연진이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도 시즌1보다 긍정적이다. 스타 강사이자 베스트셀러작가 설민석은 백종원, 유시민 등과 마찬가지로 캐스팅 자체가 방송콘텐츠가 되는 방송인이다. 그 존재만으로 학부모부터 학생들까지 휘어잡기 충분한데, 현재 활약 중인 MC중 가장 원활하게 토크를 이끄는 전현무를 중심으로 뭉친 출연진의 역할도 확실하다. 스스로를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 일컫는 전현무는 시니컬한 정서를 개그코드로 활용하는 김구라보다 공감을 이끌어내고, 스스로를 낮추는 토크 스타일로 시험공부를 하는 듯한 성실함을 보이는 문근영과 다니엘과 설명 배틀 분위기를 조장한 유병재와 좋은 호흡을 이룬다.

이들의 역할은 학생이지만 단순히 리액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배움의 마음으로 예습을 하고 서로 준비해온다. 배움에 대한 태도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만큼 준비한 지식을 뽐내기 위해 이른바 ‘지식 설명권 분쟁’까지 발생한다. 서로서로 예습해온 역사 지식, 문화 상식을 쏟아내면서 토닥이는 거다. 그런데 실제 역사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대결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웃으면서도 열심히 준비해온 출연진들의 열정에 귀의해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거칠게 비교하자면 주입식 교육과 자기주도 학습 정도의 차이가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존재한다.



지상파 예능의 정체성이자 고민이자 전통이 ‘온가족 콘텐츠의 추구’라고 한다면 MBC의 새 주말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한반도 편>은 이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예능의 틀 속에서 역사의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시도나 여행과 접목한 방식이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만 유익함을 재미의 원천으로 삼는 방향은 10대부터 노년층까지 그 누구에게도 교양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온가족이 함께 TV를 본다면 <선녀들2>의 재미와 가치는 더욱 배가될 만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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