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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남’과 ‘눈이 부시게’의 멜로, 뭐가 다르기에 눈 뗄 수 없나
기사입력 :[ 2019-02-28 10:29 ]


‘왕이 된 남자’의 신분, ‘눈이 부시게’의 나이, 이 멜로 특별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멜로는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코드를 모두 읽혀버렸다. 남녀가 등장해 만나고 사랑하게 되지만 어떤 장애요소가 존재해 방해를 받다가 결국은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멜로드라마의 주요 코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애요소로 빈부와 지위의 차이 같은 것들이 너무 많이 쓰이다보니 이젠 그런 설정만 보고도 어떤 이야기가 흘러갈지 대충 예측 가능해진다.

수목에 방영되는 tvN <진심이 닿다> 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발연기 연예인의 연기를 위한 로펌 비서 체험이라는 설정은, 이미 이 비서가 변호사와 사랑에 빠지고 그러면서 서로의 진심을 드러내게 되며 결국은 연기의 진정성까지 얻게 될 거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이렇게 대충의 이야기가 예측되어버리면 그 다음에 남는 건 화보처럼 예쁘게 연출된 인물들의 캐릭터 플레이를 바라보는 재미밖에 남는 게 없다. 코드를 읽혀버린 멜로가 흥미도 떨어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나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이런 예측을 깨줌으로써 멜로가 살아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왕이 된 남자>는 물론 영화 <광해>를 통해 광대 하선(여진구)과 중전 소운(이세영)의 신분을 뛰어넘는 멜로 코드가 존재한다는 게 이미 드러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왕인 이헌(여진구)을 독살한다는 이야기의 파격이 들어가면서 이 멜로는 더 절절해진 면이 있다.

즉 점점 두 사람이 가깝게 되면서 느껴지는 ‘정체의 발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었고, 실제로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과연 이 사랑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질 수 있었다. 하선이 진짜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벼랑 끝에서 자결하려는 소운을 막아설 때 그들을 노리는 화살이 하선의 등에 꽂히는 장면은 그래서 이 멜로의 극적 전환점이 되어주었다. 진짜 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쓰러지는 하선을 안아 부축하며 “전하!”하고 외치는 모습이 더 애틋하고 절절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왕이 된 남자>가 사극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에 정체를 숨기거나 발각당하는 코드를 넣어 더 절절하게 만들었다면, <눈이 부시게>는 시간을 되돌린다는 타임리프 코드에 그걸 사용하면 할수록 나이가 들어버린다는 장애요소를 넣어 칠순의 할머니와 20대 청년의 신선할 수밖에 없는 멜로를 그려낸다. <왕이 된 남자>가 신분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눈이 부시게>는 나이의 장애요소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 작품들에서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는 멜로가 진부하게 다가오지 않게 된 건 그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 그 이상의 의미로 확장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왕이 된 남자>는 하선의 신분을 넘는 사랑이 백성들을 위한 선정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확장되어 있고, <눈이 부시게>는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으로 확장되어 있다. 그래서 달달한 사랑을 보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애’적인 따뜻함에 미소 짓게 된다.



너무 많은 상투적인 코드를 활용하는 멜로들은 이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같은 장르를 갖고 와도 새로운 변주를 고민하고,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면서도 인간애로의 확장을 꿈꾸는 그런 지점들이야말로 멜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아닐까. <왕이 된 남자>와 <눈이 부시게>는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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