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힘이 빠지자 커진 코미디 콘텐츠에 대한 심상찮은 갈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 개그 프로그램들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 코미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진 것일까.

한때는 주말 밤을 장식하며 월요일 아침의 화젯거리가 되곤 했던 KBS <개그콘서트>. 하지만 시청률 5%(닐슨 코리아)대로 뚝 떨어진 데다 화제성 역시 자취를 감추면서 <개그콘서트>로 대중들이 한 주의 웃음에 대한 갈증을 풀던 시절은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

하지만 그 갈증이 어디 갈까.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코미디 콘텐츠들이다. 올해 개봉해 무려 1,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극한직업>은 잘 만든 코미디가 현재 대중들이 갖고 있는 웃음에 대한 갈증과 만나면서 폭발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사실 이런 웃음에 대한 갈증의 전조를 보인 작품은 <내 안의 그놈>이었다. 어찌 보면 체인지 코드가 들어간 평작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대책 없는 웃음 코드의 연발은 입소문을 타고 19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그러더니 그 여파가 그대로 작용하며 <극한직업>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다 성공한 건 아니었다. 다소 코미디 코드가 대중적이지 않은 <기묘한 가족>은 그 수혜를 입지 못했다. 이것을 완성도의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코미디라면 응당 웃겨야 한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얼마나 강도 높게 웃음을 줬는가가 성패를 갈랐을 뿐이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드라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간 다소 심각한 장르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코미디 코드가 의외로 강한 드라마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JTBC <눈이 부시게>와 SBS <열혈사제> 같은 작품이다.

<눈이 부시게>는 20대의 영혼을 가진 70대의 할머니라는 설정으로 강도 높은 코미디와 비극을 넘나드는 완성도 높은 희비극이다. 그래서 인물이 웃을 때 눈물이 나고, 그들이 눈물을 흘릴 때 빵 터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손호준의 찌질한 연기는 눈물을 흘릴 때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줌으로써 호평 받고 있다. 물론 김혜자의 한지민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 같은 연기 또한 페이소스 넘치는 웃음을 주지만.



<열혈사제>는 통쾌한 액션과 더해지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금요일 밤 드라마를 전격 편성한 SBS를 웃게 만들었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라는 설정이 웃음을 주지만, 하늘의 정의와 지상의 정의 중 이 곳의 정의를 선택한 사제가 깊은 공감을 주는 드라마다. 종교를 소재로 삼는 건 여러모로 위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것을 충분히 무마시켜주는 건 역시 잘 만들어낸 코미디다. 조금은 편안하게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금요일 밤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장기 불황과 뭐든 경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웃을 일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그 짓눌린 감정을 풀어내 카타르시스를 주는 코미디 같은 콘텐츠에 대한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 관찰카메라 트렌드로 바뀌면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그러니 이제는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로 그 갈증이 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신드롬으로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코미디 영화의 놀라운 성적을 보면 그래서 얼마나 지금의 대중들이 웃음에 목말라 있었는가가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JTBC, 영화 <극한직업><내 안의 그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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