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한혜진의 사진을 통해 공감하는 실제

[엔터미디어=정덕현] 한혜진은 왜 그간의 20년 이야기를 꺼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치솟았을까.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모델 생활 20주년을 기념해 김원경과 함께 하와이로 즐거운 셀프 화보 촬영을 한 한혜진이 인터뷰를 하다 갑자기 울컥해버릴 줄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20년 간 함께 모델 일을 하며 싸우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으며 또 서로를 다독이고 때로는 자극을 주는 경쟁자 역할을 해왔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김원경의 눈시울은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한혜진이 함께 지낸 20년 동안 늘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고 했다. 그래서 힘든 일이지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혜진은 자신이 했던 일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며 결코 즐길 수만은 없었던 그 20년을 되짚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을 “껍데기로 일을 해내는 직업”이라고 인정하며 “내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고 했다. 얼굴이 알려져 “어떻게 저런 얼굴로, 조건으로 모델 일을 해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다며,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를 이렇게 잘 낳아줬는데, 여자로서, 딸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여자친구로서” 힘든 점이 있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말했다.



이번 여행이 셀프 화보 촬영이라는 건 우리가 모델 하면 생각하는 그 화려함과 즐거움 이면에 얼마나 치열한 노력들이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김원경은 작은 침대에서 같이 자며,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밥을 먹고, 메이크업부터 의상, 소품, 사진 촬영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하면서 “힘든 와중에 중간 중간 뭉클했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모델로서의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0년 경험이 쌓여 있는 두 톱 모델의 노하우가 있고,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니 셀프 화보 촬영이라고 해도 척척 해낼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화보를 찍는 그 과정은 결코 사진처럼 우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날씨를 늘 신경 써야 하고, 풍광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하며 힘들거나 자칫 위험해 보여도 짐짓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모델 일은 카메라 앞에 설 때보다 어찌 보면 그러기 위해 자신을 부단히 준비시키는 과정이 더 힘든 일이었다. 한혜진의 모친은 수영복 화보 촬영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식사를 하던 한혜진이 제 손을 때리며 방으로 들어가 굶는 걸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아픈 몸에도 운동을 빼놓지 않은 그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한혜진을 보게 되는 건 그 결과물인 사진이다. 그 사진 속에서 그는 당당하고 우아하며 때론 즐거워만 보이는 모습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곡절들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다. 마치 하와이 해변에서 패들 보드 위에서 찍힌 멋진 사진 뒤에는 올라서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그들의 모습이 감춰지듯이.



한혜진과 김원경의 울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울컥해진 건,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일 게다.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한다는 건 그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문득 사진을 꺼내 봤을 때, 겉으로 보기엔 그저 즐거운 모습처럼만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울컥하는 치열함을 보게 될 때 느껴지는 그 감정을 우리는 한혜진의 사진을 통해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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