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주방’, 어색함이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트렌디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Olive 채널이 이번엔 낯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는 소셜 다이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Olive 일요일 저녁 예능 <모두의 주방>은 강호동, 이청아, 광희, 사쿠라 등 다양한 연령대의 네 정규 멤버가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과 요리하고 대화하며 식사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미 넘쳐나는 쿡방, 먹방의 물결 사이에서 소통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돋보인다. 파일럿에 이어 지난 일요일 정규 첫 방송을 시작한 <모두의 주방>의 첫 요리는 어땠을까. [TV삼분지계]가 숟가락을 슬며시 얹어 보았다.



◆ 안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프로그램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익숙한 것에 안주하게 된다. 자유로운 행보에 대한 동경은 늘 있지만 손톱만큼이라도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발을 빼고 만다. 그렇다보니 몸과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스스로의 틀에 갇혀 도무지 발전이 없다. Olive <모두의 주방>, 통성명 한번 없는 이들과 낯선 장소에서 만나 함께 요리를 하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단다. 상상만으로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모두의 주방>을 보다보면 슬며시 마음이 바뀐다. 흔히 모임을 주도하는 연예인 스캔들, 종교, 정치 얘기가 있길 하나, 그렇다고 남의 흉을 보길 하나. 그저 음식이며 재료 얘기나 하고 자기 살아온 이력, 더 나아가 고민거리를 털어 놓고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바람직하다. 대여섯은 너무 많으니 두엇으로 우선 시작해볼까? 집을 제공해야 하나? 그건 번거로운데? 누굴, 어떻게 부르지? 궁리가 많아진다. <모두의 주방>이 보통 사람에게도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파일럿에서 한 걸음 나아간 부분은 세대 간의 소통과 감정 공유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손자벌인 찬희, 사쿠라에게 김용건 배우는 어른 대접, 선배 대접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 팀이 되어 보리굴비를 굽고 식탁을 함께 차렸던 이청아는 ‘요즘 뭐하느냐’ 대놓고 묻지 않는 배려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선배의 마음을 바로 알아 챈 이청아도 배려 면에서 만만치 않다. 자칫 겉돌 수 있는 분위기에 알게 모르게 윤활유 역할을 한 건 이청아니까. 뿐만 아니라 강호동이 SBS <스타킹>의 광희, tvN <아모르파티>의 이청아와의 관계를 <모두의 주방>으로 이어오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옥에 티를 찾자면 굳이 너무나 익숙한 빅마마 이혜정 씨에게 요리를 배우고 김치를 얻어오는 장면.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붓는 마당에 군더더기로 다가왔다. 어쨌거나 김정난, 태민이 초대 된다는 이번 주 방송, 기대된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모두를 존중하는 식탁이 되길

“다른 예능에서 김용건 선생님을 뵈었다면 이렇게 가까이에서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을까?” 다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자리에서 광희가 꺼낸 말은 <모두의 주방>의 미덕을 가장 잘 드러낸다. 70대의 게스트를 ‘어르신 대접’ 하거나 그에게 ‘한 수 배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나이를 초월한 동료들과 함께 앞치마를 매고 요리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라니, 이건 노년을 새롭게 그려낸 tvN <꽃보다 할배>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장점이다.



그처럼 세대를 초월한 식탁 위의 풍경에서는 언어도 더 풍성해진다. 이청아가 테이블 세팅 콘셉트를 설명하자 김용건이 그에 호응하면서 “계절은 식탁에서부터 온다”고 해석을 더하는 모습은 연륜이 만들어낸 대화의 깊이다. 앞으로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을 잡아낸다면 인상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같은 맥락에서 작위적인 ‘꾸라동’ 케미는 더 이상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50대의 중년 남성 강호동이, 22살이라고는 하나 어엿한 성인 여성 사쿠라를 유치원생 상대하는 듯한 우쭈쭈 화법으로 대하는 모든 장면이 문제가 있다. 다른 콤비들이 모두 동료 혹은 선후배로서 서로를 대할 때 강호동만이 사쿠라에게 ‘삼촌’의 태도를 취한다. 기껏 요리 재료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한 뒤 사쿠라가 적절한 재료를 가져오자 ‘한글 잘 읽는다’고 칭찬하는 장면이나 사쿠라의 ‘멋진 분’이라는 칭찬에 뿌듯해하는 장면에서는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도 맞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하게 대화하는 식탁이 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기분 좋은 어색함, 그런데 다음 디쉬는 뭘까?

낯선 이들이 공통의 취미를 매개로 모여 친분을 쌓는 살롱문화의 일종인 소셜 다이닝을 TV로 옮긴 올리브 <모두의 주방>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쭈뼛쭈뼛하는 순간의 어색함을 무기로 삼은 쇼다. 사람들이 음식을 매개로 친해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게 목적인 만큼, 그 과정을 거치기 전엔 서로 얼마나 서먹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일럿 방송에서 그 어색함을 가장 잘 표현해 낸 건 놀랍게도 강호동이었다. 한국어가 서툰 미야와키 사쿠라와는 의사소통이 안 되어 어색하고, 이청아와는 이렇다 할 인연이 없어서 어렵고, 곽동연 또한 편하게 대하기엔 아무래도 서먹한 상황. 한국에서 가장 시끄럽고 활기찬 MC인 강호동이 조심스레 식자재를 손질하고 더듬더듬 힘들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물론 새로운 표정을 보여준 게 강호동 하나뿐은 아니다. 분량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신 전문적인 요리 지식을 선보이며 살갑게 주변을 챙기는 광희나, 연기 활동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섬세하고도 털털한 면모를 보여준 이청아처럼, <모두의 주방>은 익숙한 연예인들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표정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익숙한 예능의 문법 대신 낯섦과 서먹함, 의사소통의 어려움 따위를 과감하게 쇼의 일부로 끌고 들어온 덕분이다.

문제는 ‘그 기분 좋은 어색함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다. 방송을 반복할수록 고정 멤버들 사이에 친분이 쌓이며 화학작용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여타의 예능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겠으나 <모두의 주방>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파일럿 방송과 정규 방송 1화를 놓고 비교해보면, 벌써 고정 멤버들끼리는 어느 정도 살가운 기운이 돌며 조금씩 긴장이 허물어지는 게 느껴진다.

제작진도 그걸 의식했는지 1화 게스트로 배우 김용건을 초대하며 세대의 갭을 확 띄웠지만, 언제까지 이런 전략이 가능할까? 어색함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디쉬를 대체해서 올릴 수 있을지,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2화 게스트는 샤이니의 태민과, 샤이니의 팬임을 공공연히 밝혀온 배우 김정난이다. 어쩌면 어색함 대신 팬심이 가득할 것으로 보이는 3화 방영분이, 제작진이 정규 편성을 위해 뭘 얼마나 준비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승부처가 될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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