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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권선징악 스토리 ‘열혈사제’, 그럼에도 대박 난 비결
기사입력 :[ 2019-03-04 13:41 ]


‘열혈사제’ 김남길과 함께라면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의 선택이 통했다. 금요 예능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던 <정글의 법칙>은 토요일로 건너가자마자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만들어냈고, 신설한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첫 회 10%도 놀라운 수치인데,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6주차에 접어든 현재 17%를 넘나들고 있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 가족보다 액션, 수사, 코믹 등의 장르적 요소를 내세우지만 같은 시간 방송되는 OCN 오리지널처럼 찐득하진 않는다. 예능이든 드라마든 이 시간대에 TV 앞에 앉는 시청자들이 가볍게 즐길만한 대중성을 앞세운다.

<열혈사제>는 전직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란 신분을 숨기고 가톨릭 사제가 된 다혈질 신부 김해일(김남길)이 구담구라는 추악한 기득권 집단이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맨 주먹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우리나라식 히어로물이다. 코믹 액션 활극이라 내세운 만큼, 주먹으로 많은 것을 해결하는 드라마답게 시원시원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워낙 주제와 스토리라인, 감정선의 구조가 당당하게 드러나 있다 보니 장르물의 즐거움이나 스토리 진행 면에서는 일차원적이라고 할 만큼 단순하다. 심지어 권선징악 이야기다.



구담구는 경찰, 검찰, 구청장과 국회의원(정계), 사이비교주, 조폭 등 비리와 부패를 끈으로 끈끈한 경제 공동체를 형성한 카르텔이 지배하는 추악한 세상이다. 권력을 쥔 이들은 서로의 힘을 품앗이 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 폭행, 살인, 여론 조작 등의 각종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누가 봐도 명확한 악당이 존재하고, 비현실적인 극강의 싸움 실력을 가진 히어로가 선한 사람들과 세상을 지키고자 나선다. 성당의 사제들과 힘없고 약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오요한(고규필) 같은 소시민들이 히어로 편에서 카르텔에 맞선다.

회색지대도 있다. 이하늬와 구대영(김성균)이 대표하는 권력의 개로서 존재하는 검경은 기본적으로 썩어 있지만, 그중 몇 명은 아마도 개과천선할 것이 분명하다. 칼로 가르듯 선악이 나뉘는 이분법의 세계관은 유치하다며 등장한 불분명한 선역과 악역의 경계가 <열혈사제>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의 논리, 인간의 다면적인 속성, 입장의 차이로 인해 누가 어제 어떻게 뒤엉킨 욕망이 표출되고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을지 신경 써서 볼 필요는 없다. 앞으로 전향할 인물이 훤히 드러나 있다. 그래야만 하는 감정선이 확실한 탓이다. 방통대 철학과에 진학한 특이사항이 있다만 조폭 두목 황 사장(고준)도 살인 이후 별다른 고민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리 복합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유치할 정도로 평면적이고 직선적인 스토리와 설정임에도 이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는 것은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처럼 우리 사회의 속살을 훔쳐본 듯한 자극과 함께 복잡다난한 현실 사회의 적폐를 박살내는 카타르시스의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구담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동네 검찰과 경찰은 썩어 있다. 수사하기 전부터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이 모두 돈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다. 심지어 재판을 하기 전부터 판결이 나 있기도 했다. 이 모두 5공 전두환 정권 때가 아니라 지난 정권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열혈사제>는 설정과 서사가 단순한 대신 주요 캐릭터가 확실하다. 이 드라마를 쓴 박재범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전작은 양아치 사기꾼이자 천재 회계사가 보다 거악에 대항하는 <김과장>이다. 그 이전에는 뱀파이어 의사(<블러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의사(<굿 닥터>), 천재 부검의 (<신의 퀴즈>) 등 할리우드와 비교했을 때 변주된 히어로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극을 펼쳐나갔다.



이번엔 어마어마한 과거를 가진 신부라는 ‘퍼니셔’ 스타일의 캐릭터다. 신부인데 1분에 한 번씩 화를 낸다. 그런데 걸핏하면 화를 내는 김남길의 캐릭터에는 보편성이 있다. 화가 안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돌이 입간판을 박살내는 그의 주먹은 카타르시스를 동반한다. 권력이 부패하는 게 아니라, 부패한 인간이 권력에 다가간다든가, 어설픈 용서 그 자체가 악이고, 악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라는 사회비판적 메시지 속에 ‘일상의 부패’라는 화두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교감 지점이 있다. 이야기는 낯설지 않은데 보기 편한 코믹한 터치가 가미되니 더욱 와 닿는다.

단편적인 구도, 익숙한 권선징악 스토리, 완력을 통해 정의를 수호한다는 단순한 설정은 보통의 경우 부실한 토대겠지만 <열혈사제>의 경우 특이한 캐릭터 군상이 활약하고, 속 시원히 질주할 수 있는 무대다. 드라마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현실 세계는 늘 한 발 더 앞서서 말이 안 되는 세상을 보여준다. 우리의 시스템과 가진 힘으로는 시원한 해결을 보기에 한계가 있는데, <열혈사제>에서는 김 신부와 함께라면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직관적인 대리만족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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