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거제라는 특색 있다지만 공감 안가는 변명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거제까지 가게 된 건 보다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달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인천이나 대전에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 서울에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지역은 조금씩 달라도 도심 상권에 집중하다보니 프로그램이 솔루션을 해나가는 패턴도 비슷해졌다. 그러니 프로그램으로서도 어떤 변화를 위해 거제 같은 새로운 지역을 찾아가는 건 의미 있는 행보였다.

거제편은 그 지역적 변화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먼저 상권의 특색이 다르다. 바닷가 근처의 지세포항은 낚시를 하러 나가는 관광객들이나 어부들이 식당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 손님들의 다른 입장이 음식 솔루션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도시락집 같은 경우 제대로 된 맛 평가를 위해 김성주 MC가 배를 타고 나가 도시락을 맛보는 초유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풍경은 그 맛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시락집 사장님 또한 직접 바다로 나가 자신의 도시락을 맛보는 색다른 솔루션의 과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이번 거제편이 특이했던 점은 보통 백종원이 맛 평가를 할 때 그 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던 이전과 달리 식당 사장님들이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는 점이다. 코다리집 사장님이 대표적이다. 그는 맛이 없다는 백종원의 평가에 ‘아랫쪽 지방’ 입맛은 다르다며 팽팽히 맞섰다. 코다리가 부드럽지 않다는 백종원의 평가에 ‘여기 사람들’은 더 탱탱한 맛을 좋아한다며 그래서 옥상에 코다리를 널어놓고 더 말려 사용한다고 코다리집 사장은 말했다.

거제편 첫 회는 그래서 <골목식당>이 이 먼 지역을 굳이 찾아간 것이 그만한 효과가 있었다고 여겨졌다. 백종원의 맛 평가에 ‘지역 입맛’을 내세우는 사장님의 팽팽한 대결구도는 맛이란 상대적일 수 있다는 걸 새삼 끄집어냈고, 그래서 과연 어떤 입맛이 더 당길까 하는 궁금증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닐 수 있으니.



하지만 2회 만에 이런 ‘지역 입맛’ 운운하는 것이 사실상 핑계와 변명에 가까웠다는 게 금세 드러났다. 거제에서 거주해온 주민들을 시식단으로 모셔 코다리를 시식한 결과 대부분의 맛 평가가 백종원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간이 잘 배어있지 않다고 했고, 단맛과 짠맛이 잘 우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당 사장님은 그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심심한 맛을 좋아한다 했지만, 어쨌든 시식단도 그 지역사람들이었다. 늘 오는 몇몇 단골들만의 입맛에 맞춰 장사를 하겠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 일이었다.

도시락집은 대표메뉴인 김밥과 도시락 이외에 만둣국이나 잔치국수, 라면 같은 메뉴들이 있었는데 백종원은 사장님의 “손이 너무 느려” 메뉴를 줄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한두 개에 집중해 실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것. 메뉴 자체의 문제도 컸다. 우엉김밥은 우엉을 잘못 조리해 쓴 맛이 났고, 김성주가 배타고 나가 시식했던 도시락은 맛이 전체적으로 심심해 다시 먹지 않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충무김밥집도 문제가 있었다. 거제에서 하는 충무김밥이 과연 먹히겠냐는 백종원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맛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충무김밥은 가격도 그다지 착하다 여길 수 없었다. 또 국물은 너무 많이 재료를 넣어 오히려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백종원은 거제의 특색이 있는 식재료를 넣어 충무김밥이 아닌 거제김밥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한때 조선업의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불황을 맞아 상권 자체도 죽어버린 거제다. 그러니 이런 소외된 상권을 선택한 건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째 여기 등장하는 식당들과 거기 내놓은 음식들이 그다지 보고픈 입맛을 당기지 않게 만든다. 무슨 이야기만 하면 변명을 하거나 자신만의 아집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렇고, 무엇보다 충무김밥, 김밥, 도시락, 코다리찜 같은 메뉴가 그리 특색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지역을 갔다면 거기에 어울릴 법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그 지역에 맞는 색다른 이야기와 소재 그리고 공감 가는 솔루션이 있어야 굳이 그 곳까지 간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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