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 정준영으로 근묵자흑, 어디까지 번질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승리가 열어젖힌 미꾸라지들의 세계가 연예계 전체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 ‘승리 게이트’라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그 문 안에는 또 어떤 다른 미꾸라지들이 있을까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연예계 전체는 혹여나 음으로 양으로 연결된 고리가 자칫 자신들에게도 흙탕물을 튀기지 않을까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 ‘승리 게이트’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 건 이미 우려됐던 것처럼 그와 가까이 지냈던 이들 또한 그 게이트의 한 부분이 될 거라는 예상이 카톡방이라는 형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SBS 8뉴스’는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 있던 가수 중 한 명이 정준영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지인들과의 모바일 단톡방에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 이후 대중들이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단톡방에 어떤 다른 연예인이 또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 정준영과 가까운 친구사이인 용준형이 거론됐다. 물론 용준형 소속사에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용준형이 정준영과의 친한 친구인 건 맞지만 그의 “불법촬영 등 영상이 공유됐던 그 어떤 채팅방에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로 그 채팅방에 그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해도, 그런 행위를 해온 정준영과 친구사이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실망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근묵자흑(近墨者黑 : 먹을 가까이 하는 자 검어진다)’이라는 것. 물론 친구 사이라고 해도 모든 인성적인 면들이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으로는 가깝게 지내는 관계에서 그런 인성적인 면이 일부 공유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근묵자흑의 시각이 자칫 이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에서 형 동생했던 출연자들에게까지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KBS <1박2일>은 이렇게 다시 불거져 나온 정준영의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 유포 문제가 결코 적지 않은 악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이미 2016년 정준영이 여자친구와의 사적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 때문에 불거졌던 논란이 있었고(물론 이건 여자친구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 후 <1박2일>에 다시 복귀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무혐의로 끝났기 때문에 복귀한 것이지만, 이번에 다시 터져 나온 사안은 이런 선택에 있어 <1박2일> 제작진과 KBS가 너무 안이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국 그 후로 2년여를 동료 출연자들과 형 동생하며 지냈고, 시청자들은 그 끈끈한 관계를 들여다봤다. 그러니 이번 사태로 인해 <1박2일>과 그 출연자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1박2일>을 계기로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 블루칩처럼 기용됐던 정준영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예능가 전체에도 큰 파장을 만들 공산이 크다. 이미 촬영 중이었고 방송 예정이었던 tvN <현지에서 먹힐까>가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짠내투어>도 마찬가지다.

이 게이트를 연 승리는 결국 연예계 은퇴선언을 할 정도로 더 큰 파장을 만들었다. 팬들마저 퇴출을 얘기할 정도로 그가 속한 그룹 빅뱅에 악영향을 미쳤고, 소속사인 YG는 주가 폭락은 물론이고 관리 부재 논란이 벌어지면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SBS <가로채널>과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특히 연예계의 마당발로 이름나 있어 그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 리얼을 강조하고, 출연자들 간의 결속력을 시청자들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고리로 생각하는 요즘이 아닌가.

주목해야할 건 이것이 과연 몇몇 미꾸라지들의 잘못된 행태였는지 아니면 연예계에 암묵적으로 행해져온 도덕적 해이인지 보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이름이 거론된 ‘승리 게이트’의 몇몇 인물들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이들과 얽혀 범죄적 행위까지 하고 있는 잘못된 시스템을 파헤쳐야 한다. 그래서 진짜 관련자와 무고한 이들을 구분해내야 한다. 그것만이 이미 흙탕물이 튈대로 튄 연예계 전체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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