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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최수종 간을 유준상에게 이식해주라는 말이 나올까
기사입력 :[ 2019-03-12 13:12 ]


KBS 드라마에 ‘간비에스’ 비아냥 쏟아지는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최근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간경화 말기 장고래(박성훈)는 원수인 강수일(최수종)의 간을 이식 받았다. 이에 따라 KBS 드라마는 주말, 주중, 일일드라마를 통해 간 이식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KBS 일일드라마 <비켜라 운명아>의 최시우(강성민)는 급성간경병이지만 곧 간 이식을 통한 화해의 명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KBS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는 아예 간암 말기환자 이풍상(유준상)이 주인공으로 간 이식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다.

세 드라마 모두 시청률 20%를 돌파할 정도로 KBS에서는 꽤 인기가 높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KBS가 ‘간비에스’냐는 빈정거림을 들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물론 신파극에서 난치병은 흔하게 등장하는 코드다. 인간의 힘으로 손 쓸 수 없는 난치병은 드라마에서는 이야기의 반전이나 완성을 위해 유용하기 때문이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연인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랑을 완성시킨다. 불효자들은 부모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효자로 돌아선다.



반면 간 관련 질환은 다른 난치병과는 조금 코드가 다르다. 공유경제 시대에 걸맞게 드라마에서 간은 현실에서와는 달리 손쉽게 공유 가능한 장기로 이용되는 듯하다. 작가들은 간 때문에 웃고, 간 때문에 우는 집안의 이야기를 다루며 갈등과 화해의 코드를 좀 더 손쉽게 꼰다. 기존의 난치병은 가족이나 지인이 손 쓸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간 관련 난치병은 운이 좋으면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통해 죽음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드라마는 이 간을 이용해 손쉽게 갈등의 고리와 화해의 고리를 만든다. 결국 간 이식을 통해 삶을 연장하는 건 드라마 속 간질환 환자만이 아니다. 언제나 빤한 신파극에 간 이식이라는 새로운 수법을 집어넣으면서, 지루하고 뻔한 드라마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왜그래 풍상씨>는 처음부터 풍상의 간을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 중 노와 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뤄보겠다는 의지를 지닌 작품이다. KBS 일일극 <정 때문에>를 비롯한 다양한 주말, 일일극 히트작을 지닌 문영남 작가는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대단한 필력을 발휘한다. 마치 ‘간 때문에’처럼 <왜그래 풍상씨>는 주변인이 풍상에게 간을 내어주느냐 마느냐에 따른 갈등이 계속해서 가지를 치는 상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면서도 시청자를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이풍상(유준상)의 지난한 삶을 지켜보다 보면 인생의 쓴 쓸개즙을 맛보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명치끝이 답답해지면서 고통스러운 기분마저 든다. <왜그래 풍상씨>는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라 시청자를 계속 괴롭히면서 잡아두는 희한한 힘이 있는 드라마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간에 의지했기 때문이었을까? 최근 이 드라마의 악한 최고봉 노양심(이보희)의 에피소드는 좀 아쉽다. 노양심은 아들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해준다고 속였다가 2천만 원을 들고 도망친다. 하지만 그간 노양심의 양심 없는 행각을 지켜봐온 시청자들에게 이런 빤한 속임수는 전혀 놀랍지 않다. 나름 주말극과 일일극의 대가인 작가가 간 이식 하나만 믿고 이렇게 허술한 작전을 짰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반면 <비켜라 운명아>와 <하나뿐인 내 편>의 간 이식은 과연 이 드라마들이 처음부터 간 이식을 작정했는지 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드라마의 회차를 연장하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는 얄팍한 수라는 게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회차를 늘린 <하나뿐인 내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건강하던 고래가 갑자기 간경화 말기로 피를 토하고, 하필이면 모든 가족이 이식을 할 수 없는데 원수인 강수일만 적합자로 나온다. 이 때문에 강수일에게 저주를 퍼붓던 나홍실(이혜숙)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하기까지 한다. 이후 강수일은 이식을 위한 건강한 간을 만들려고 열심히 운동하고 보양식을 챙겨먹는다.

이 괴상한 흐름을 보고 있자면 어이없어 우습다가도 어느 순간 불쾌해진다. 비단 현실의 난치병 환자가 처한 고통을 드라마의 시청률을 위해 얄팍하게 재가공해서만은 아니다. 튼튼한 이야기의 힘을 잃은 채, 시청률과 회차 늘리기에만 연연한 비정상세포가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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