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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역사를 다시 쓴 ‘미스트롯’의 빛과 그림자
기사입력 :[ 2019-03-22 15:22 ]


‘미스트롯’ 전통가요와 밤무대의 사이에서 찾은 흥행코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예능은, 관찰예능도, 유재석도 강호동도 아닌 TV조선의 <미스트롯>이다. <복면가왕>과 <프로듀스> 시리즈의 경연룰이 혼합된 듯한 무대 위에서 흥과 ‘뽕필’이 넘실거리는 트로트 경연이 한 시간 내낸 펼쳐진다. 철지난 오디션 쇼(그래서인지 <미스트롯> 소개에 오디션이란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에다가 방송가에서 밀려난 트로트를 결합한 완벽한 마이너 전략이지만 섹시한 무대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 트로트 가수들의 열창은 리모컨 위에서 방황하는 중장년 시청자들의 손가락을 멈춰 세웠다.

그렇게 <미스트롯>은 첫 회부터 시청률 4%대를 기록하며 목요일 밤을 장악하더니, 4회 만에 시청률 8%대를 넘기며 채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려 2시간이 훌쩍 넘는 기나긴 방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끼가 넘치는 참가자들의 무대를 즐기는 재미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높은 수준의 에너지레벨을 떨어뜨리지 않고 꾸준히 유지한다.

이처럼 트로트와 경연이란 의외의 조합이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연 예능에 좋은 기억이 있는 <나는 가수다> 출신 PD와 <히든싱어> <팬덤싱어>의 작가진이 손을 잡은 것, 그리고 이들이 만난 장소가 TV조선이라는 데 있다. 채널의 특성과 프로그램의 타깃이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셈이다.

<미스트롯>은 고등부, 대학부, 직장부, 현역부, 걸그룹부, 마미부 등으로 나눠 예심을 통과한 100명에서 본선 통과자 41명을 추린 다음 각종 미션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경연예능이다. 중장년층이 볼 때는 익숙한 문화 코드에 신선함이 담겨 있고, 김연자, 윤수현, 홍진경 등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이 이는 ‘뉴트로’ 문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매너를 기반으로 삼는 장르 장르답게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쇼오락 차원의 볼거리가 확실하다. 음악이란 측면에서도 트로트를 내세웠다고 구수하게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들어 보이고 뻔하지 않는 요즘 세대에 맞춰 변형된 다양하고 새로운 트로트의 매력을 접하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젊고 예쁘고 재능 있는 재야의 트로트 신성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이점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중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패러디하는 양식에 있다. 이 쇼의 기획의도와 지향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보여주는 요소다. 그래서 제목도 ‘미스’가 들어간다. 예심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3인방에게 ‘미스트롯 진선미’라 칭하고, 합격자에게는 미스코리아처럼 어깨에 거는 휘장을 건넨다. 출연진들은 아주 어린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게 짙은 화장에 화려한 몸매를 드러내는 짧은 복장을 하고, 춤사위는 섹시로 일관한다. 이른바 외모를 기반으로 하는 ‘밤무대’ 콘셉트, ‘행사’를 기반으로 유통되는 현실을 굳이 지우려 하지 않는다.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면 이런 선정성은 해당 채널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고, 음악이 주는 직관적인 정서와 화려한 볼거리가 확실히 새롭게 다가오는 듯하다. 하지만 음악 장르, 전통가요라는 측면에서 트로트의 미래, 혹은 트로트 스타의 길이 대체로 육감적인 몸매와 섹시한 퍼포먼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면 아쉬움이 인다.

같은 맥락에서 심사위원들의 면면이 아쉽기도 하다. 해당 문화에 발을 딛고 살아온 전문가는 장윤정, 넓게 봐도 조영수 작곡가 정도다. 노사연, 이무송, 신지가 가창력을 평가할 수 있지만 이들은 엄연히 다른 분야의 가수다. 해당 업계에서 나름 일가를 이룬 유명 가수들이나 현재 톱클래스라 여겨지는 가수나 작곡, 제작자 대신 평범한 예능인들을 심사위원(마스터)로 자리 앉힌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문이 들게 한다. 특히 박명수는 까다롭고 짠 점수로 많은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별다른 공감요소가 없는 심사 기준이 참가자의 노력을 가로막는 빗장이 되기도 하기에 심사기준, 마스터의 자질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진다.



그럼에도 <미스트롯>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대 위에서 인생도 음악도, 재능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젊고 화려하고 자극적인데다, 예능의 스토리텔링까지 깃든 훨씬 버라이어티한 <가요무대>다. 요즘 경연 예능에서 참가자들의 기구하고 절실한 사연과 감동 코드를 내세우면 구닥다리 신파라고 욕먹지만 중장년층 채널인 이곳에선 굉장히 신선하고 유효한 코드로 통한다. 겉으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섹시한 외모를 내세우지만 자기가 디딘 곳에서 버텨내기 위한 절실함과 노력의 깊이와 진정성을 통해 선정성을 어느 정도 중화한다. <쇼미더머니>에 스윙스나 나플라가 참가하면서 힙합씬의 현재를 알아갈 수 있게 한 것처럼 대다수 시청자들은 잘 모르지만 그 동네에선 이미 정평이 난 지원이, 숙행 등 소위 이름난 가수들이 등장시켜 트로트판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서사도 그런 차원에서 흥미를 만든다.

지금까지 참가자들의 존재감을 발산하는 실력 발휘 무대였다면, 다음 주부터는 생사를 놓고 벌이는 경연이 펼쳐진다. 지금까지는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무대를 전부다 최대한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제는 1위를 향한 추려내기가 본격화된다. 과연 숱하게 우려먹었던 경연 예능의 서사가 트로트 소비자들에게도 통할 것인가? 섹시함을 넘어선 또 다른 볼거리를 전할 수 있을지 <미스트롯>의 승승장구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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