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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차승원 요리 진짜 맛있는지 우리도 궁금했다
기사입력 :[ 2019-03-23 14:05 ]


‘스페인하숙’,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영석 PD표 여행 판타지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윤식당> 이후 CJ의 요식업 창업 예능은 대동소이한 그림을 보여줬다. <윤식당> 시리즈처럼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국경 없는 포차>처럼 이래저래 비난을 피하지 못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이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떠나, 음식을 판매하고 손님들의 사연을 담아낸다’는 콘셉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스페인 하숙>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산티아고 순례길 길목의 알베르게를 빌려 숙박업에 도전을 한 것이다. <스페인 하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지닌 각기 다른 사연에 집중하는 한편, 그들에게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연예인들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오랜만에 뭉친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유해진 콤비에 배정남이 가세한 이 새로운 예능은 익숙한 듯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이 하숙집이 정말 소문처럼 편안한 곳인지,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가 살펴보았다. 김선영 평론가는 나영석 사단 예능의 공간활용에 집중해 봤고, 이승한 평론가는 한동안 미니멀해지던 나영석 사단 예능이 다시 각각의 요소를 재조합하는 경향을 살펴보았다. 정석희 평론가는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군더더기 없는 판타지를 빚어낸 멤버들을 높게 평가했다. 다음은 만족한 세 사람이 쓴 일종의 ‘숙박 후기’다.



◆ 길 위의 하숙집, 다시 한 번 빛 발한 나영석표 여행 예능의 공간 활용

나영석표 여행 예능이 질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늘 매력적인 공간을 찾아내서다. 여행지가 여행 예능의 재미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나영석 PD의 여행 예능은 여행지를 단지 볼거리로 즐기는 것을 넘어서 그 공간의 성격을 프로그램에 기막히게 반영한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

여행 예능 트렌드를, 특정 장소를 지나쳐가는 게 아니라 그곳에 오래 머무는 ‘슬로우스테이’로 뒤바꾼 <삼시세끼> 편에서부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삼시세끼-정선편>에서는 귀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던 강원도 정선에서 도시인들의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그려냈고, <삼시세끼-어촌편>에서는 살림과 어업이 분리된 섬에서 요리 담당 차승원과 낚시, 바깥일 담당 유해진의 ‘남남 부부’ 역할극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윤식당>에서는 상당수가 장기체류객인 여행자들과 현지인 생업 종사자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롬복섬의 특성을 살려, 열심히 일하고 느긋하게 쉬어가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스페인 하숙>은 나영석표 여행 예능의 공간 활용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멤버들이 머무는 곳은 스페인의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 <윤식당2>에 이어 다시 찾은 스페인이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길을 걷다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하숙’은 바로 그 길 위에 마련된 숙소 중 하나다. 식사와 숙박까지 해결하는 곳이기에 <윤식당>보다는 손님들과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하지만 손님들에게 특별한 사연을 기대하지도, 그들을 굳이 클로즈업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일 또 먼 길을 걸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멤버들의 일과가 주가 된다.

차승원과 배정남은 잠시 장을 보러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주방에 붙어있고, 유해진 역시 손님을 맞을 때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마당에서 작업하면서 보낸다. 어찌 보면 단조로운 풍경이지만, 이 자체가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야 하는 산티아고 순례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다. 보는 사람까지 잡생각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익숙한 조합과 그림 안에서도 나영석표 여행 예능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이토록 흥미로운 나영석의 진자운동

KBS에서 tvN으로 옮겨간 뒤 나영석 PD는 한동안 ‘뺄셈의 연출’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여행과 게임, 사연, 민박과 노동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여 있던 KBS <해피 선데이–1박 2일>에서 다른 요소를 제하고 여행과 사연에만 집중했던 tvN <꽃보다> 시리즈, 자급자족 노동만 남긴 <삼시세끼> 시리즈, 심지어는 같이 말을 나눌 짝패조차 제하고 미니멀하게 살아가는 광경에만 집중한 <숲 속의 작은 집>까지. 나영석 PD는 자신이 KBS에서 ‘버라이어티’ 장르를 연출하며 시도했던 모든 요소들을 잘게 쪼개어 각각의 요소들을 실험해 보았다. 마치 자동차의 부품을 다 분해해 하나하나 점검하고 녹을 벗기는 정비사처럼.

그런 의미에서 <윤식당> 이후의 나영석 예능은 나영석의 tvN 예능 2기라고 분류해도 무방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시리즈에서 하나하나 분리해서 시도하고 잠재력을 실험해봤던 요소들을, 나영석은 다시 재조립하기 시작한다. 여행과 사연, 노동을 결합한 <윤식당>과, 여행과 사연 위에 지식을 결합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리즈의 성공은, 나영석과 그의 사단이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스페인 하숙>은 그 재조립의 제일 최신 버전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의 차승원-유해진 콤비의 베이스 위에, <윤식당> 이후 tvN 해외 창업 예능에서 반복적으로 시도된 현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요소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뉴페이스 배정남을 추가함으로써 익숙한 케미스트리에 변주를 시도한다. 멤버들이 묵묵히 반복되는 일상을 살며 성실히 일하는 광경은 <삼시세끼–어촌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부 세계와의 접점이 별로 없었던 <삼시세끼–어촌편>의 세계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되게 궁금했거든, 사실. ‘쟤들 방송에서만 맛있는 척하는 건가’ 막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차승원의 요리를 먹어본 첫 외부인인 한국인 순례자 현종씨에게, 차승원과 유해진은 음식 맛이 어떤지 물어본다. 오랜 친구 두 사람이 오순도순 살아가던 모습에 집중하던 <삼시세끼–어촌편>은, <스페인 하숙>을 통해 다시 더 넓은 세계로 나간다. 미니멀리즘 방향에서 다시 버라이어티의 방향으로, 나영석 사단의 진자운동은 이토록 흥미롭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 모범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빚어낸,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판타지

타지에서 외롭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우연히 찾은 숙소, 천만 배우 유해진이 미소로 나를 맞는다면? 그리고 얼큰한 제육볶음에 된장찌개, 쌈채소와 갖가지 밑반찬에 마무리로 식혜까지! 그것도 우리나라 남자들을 부엌으로 이끄는 데에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쉐프’의 음식들을 먹게 된다면?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 아니겠나. JTBC <한끼 줍쇼>의 한 끼는 호오가 엇갈린다. 누군가에겐 더 할 수 없는 민폐지만 누군가에겐 선물과도 같은 추억이니까. 그와 견주어 tvN <스페인 하숙>의 한 끼는 모두가 반기고 남을 한 끼가 아닐는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 챙겨 떠나는 여정, 그 고난의 길에서 만난 푸짐하고 정겨운 백반 한 상을 대체 누가 사양 할 수 있겠는가.



<스페인 하숙>의 ‘차배진’(차승원, 배정남, 유해진)은 매사 대충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 사전에 요령 피우기란 없어 보인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고 눈치 빠른 건 덤이고.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을 맡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다른 멤버의 일을 거든다. 할 일이 정해져 있지만 굳이 틀에 매이지도 않는다. 방문객의 조언을 받아 바로 수정하고 개선하는 추진력도 마음에 든다. 집안이고 직장이고 어떻게 돌아가야 효율적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하숙>의 분위기는 훈훈하고 평온하다. 당장은 손님이 별로 없지만 손님 수가 급격히 는다 해도 아마 분위기는 여전할 게다. 모든 메뉴를 원 없이 제공할 수 있는, 마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가성비와 무관한 숙박업소, <스페인 하숙>은 판타지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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