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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과 ‘우상’ 동반 침몰, 어째서 관객들은 외면했을까
기사입력 :[ 2019-03-25 17:43 ]


상업영화에 더해진 의미 과잉이 만든 불협화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지난 20일 영화 <악질경찰>과 <우상> 그리고 <돈>이 함께 개봉했다. 애초 기대를 모았던 작품은 <악질경찰>과 <우상>이었다. <악질경찰>은 <아저씨>로 큰 성공을 거뒀던 이정범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영화가 세월호 관련 작품이라는 사실은 관객들의 관심까지 끌어 모았다. <우상>은 <한공주>로 주목을 받은 이수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한석규, 설경구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천우희가 출연한다는 점이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주말을 지난 현재의 성적을 보면 관심을 모았던 <악질경찰>과 <우상> 모두 초라하게 고개를 숙인 상황이다. <악질경찰>은 18만여 관객에, <우상>은 13만여 관객을 동원하는데 머물렀다. 반면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돈>이 의외의 성적을 거뒀다. 무려 150만 관객을 넘어선 것. 어째서 관객들은 <악질경찰>과 <우상>을 외면했던 걸까.



감독이 재주가 없다 말하긴 어렵다. <악질경찰> 같은 경우 개과천선하는 비리형사의(물론 익숙한 이야기지만) 서사만을 스릴러 구조로 풀어놓은 그 방식은 그나마 흥미로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건 이 작품에 굳이 세월호 참사의 내용을 이어 붙인 것이 과연 자연스러웠나 하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라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액션 스릴러 장르가 가진 밀고 당기는 통쾌함과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이 만날 때 생기는 정서적 불협화음은 영화를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만드는 느낌이 있다. 이 불협화음 때문에 <악질경찰>은 마치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깔고 있는 <아저씨>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이런 저런 의미를 떼어놓고 온전히 장르에만 집중한 <아저씨>가 더 몰입감을 주지만.



<우상>은 세 명의 문제적 인물들이 펼쳐가는 스릴러를 가져와 우리 시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일단 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정치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된 구명회(한석규)와 그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죽은 아들과 함께 있다 사라져버린 유중식의 조선족 며느리 최련화(천우희)가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을 통해 팽팽히 대결하거나 연대하기도 하는 과정은 스릴러다운 반전과 속도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상>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제목의 무게를 등장인물들의 낯선 행동들을 통해 담아내려 애쓴다. 결국 하려는 이야기는 이 세 인물이 저마다 자기만의 우상을 좇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실체와 달리 우상으로서 해석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도덕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듯 보이는 구명회가 아들에게 자수를 시키는 모습은 그의 청렴함을 드러내는 듯 보이고 그래서 정치를 사퇴하려는 그를 오히려 대중들이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아들을 희생양 삼은 비정한 인물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지는 식이다. 이는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 진실을 파헤치는 것처럼 보였던 유중식이 알고 보면 며느리와 그가 잉태한 자식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드러난다.



이처럼 <우상>은 나름 대중들이 눈 멀고 귀 먹고 있는 우상들을 한 사건을 통해 그려내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상>은 스릴러 장르의 자연스러운 문법 위에서 이런 의미가 던져지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를 더하기 위한 인물들의 이상행동을 전면에 보여줌으로써 그 행동과 장면들을 이해하기 위해 관객들은 마치 퍼즐게임을 해야 하는 듯한 복잡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악질경찰>은 굳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덧붙였어야 했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기고, <우상>은 지나친 의미과잉이 아쉬움을 남긴다. 두 작품 다 90억 원이 넘게 들어간 작품들이다. 의미나 메시지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상업영화라면 의미과잉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작품이 주입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저마다의 다양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악질경찰><우상><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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