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는 ‘조들호2’, 괜찮은 작품 왜 못 살렸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가 막을 내렸다. 결국 조들호(박신양)는 대산복지원을 통해 크고 갖가지 비리를 저질러온 국일그룹을 무너뜨렸고, 복지원에서 동생을 잃고 관련자들을 하나하나 복수해온 이자경(고현정)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돌이켜보면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이야기 구조가 꽤 괜찮았던 작품이다. 그것은 가해자인 이자경이라는 캐릭터가 대산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였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도 이 이야기가 충분히 흥미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현재의 부를 축적한 국일그룹의 밑바탕에 대산복지원 같은 끔찍한 비리와 비극이 시대의 비호 아래 숨겨져 있었다는 걸 뜻한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상 우리네 근현대사에 걸쳐져 있는 시대인식을 담고 있다. 즉 멀게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가 사실상 그 시기에 축적한 부로 후대까지 부를 이어간 역사가 그렇고, 가깝게는 군부독재 시절 폭력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이들과 이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이야기가 그 속에는 담겨져 있다.



촛불혁명 이후 그 아픈 시대가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한 정의 실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공적인 정의 구현이 실제로는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민주화운동 하나만 두고 봐도 그렇다. 그 일을 지시한 이들은 아직도 처벌은커녕 부유하고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자경 같은 사적 복수를 꿈꾸는 괴물이 탄생한다. 하지만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조들호는 이러한 사적 복수가 이해되면서도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제목에 담겨 있듯이, ‘동네변호사’는 이렇게 당할 대로 당했지만 기댈 데 없는 서민들이 가진(심지어 사적 복수를 하고픈) 정서를 대변하고, 동시에 조들호라는 변호사는 공적인 정의를 구현하려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자경과 조들호가 대립하다가, 차츰 서로를 공감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공조하는 관계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야기가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스릴러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니 작품의 구조만으로 보면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박신양과 고현정이라는 연기에 있어 저마다의 걸출한 경력을 가진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으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가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엉뚱하게도 초반의 과한 연출에서부터 생겨났다. 초반에 조들호와 이자경이라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만들기 위해 시도된 지나치게 과잉된 연출이 오히려 독이 됐다. 특히 이자경 캐릭터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그려지면서 고현정에게 ‘연기력 논란’마저 불러일으켰다.

이런 초반의 과한 연출이 만든 몰입할 수 없는 드라마는 나비효과처럼 겹쳐지는 악재를 불러왔다. 연출자와 연기자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논란을 만들었고, 갑작스런 연기자들의 하차 소식도 출연자와 제작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논란으로 야기되었다. 결국 박신양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악재는 또 다른 악재로 이어졌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고 이제 드라마에 있어서 연출이 얼마나 중요해졌는가를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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