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리즈너’, 믿고 보는 남궁민에 만만찮은 김병철이 더해지니

[엔터미디어=정덕현] 간만에 보는 팽팽한 대결구도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KBS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의 이 몰입감은 실로 시작하자마자 금세 끝나버린 것 같은 ‘시간 순삭’의 속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중심에는 나이제(남궁민)와 선민식(김병철)이라는 만만찮은 두 인물이 있다.

그건 마치 교도소에서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두 인물의 육박전에 가깝다. 그 도발은 나이제가 시작했다. 서서울교도소를 사실상 장악하고 VIP 수감자들을 갖가지 병명을 붙여 형집행정지를 만들어 친인척이 운영하는 하은병원에 몰아줌으로써 부정축재를 해왔던 선민식. 그는 서서울교도소의 막강한 권력자이고 지배자였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나이제가 들어오자 사력을 다해 자신의 왕국을 지키려 한다.

나이제의 카드는 하은병원에 선민식이 환자를 몰아줬다는 증거가 되는 서류. 하지만 선민식 역시 쉽게 당할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그간 자신이 교도소에서 황제짓하게 봐줬던 김상춘(강신일)이 나이제와 공모해 자신의 뒷통수를 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에게 인슐린을 과다 투여해 저혈당쇼크를 유발시키며 그가 어떻게 나이제를 알게 됐느냐고 추궁했다. 결국 나이제가 병보석으로 형 집행정지를 만들어준 오정희(김정난)를 통해서 김상춘이 공모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선인식은 그걸로 나이제를 압박한다. 하지만 나이제는 자신이 확보한 하은병원 출자자명부로 선민식과 맞대응한다. 그 출자자명부는 선민식이 하은병원과 결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서로 하나씩의 카드를 쥐게 된 나이제와 선민식은 그래서 이를 통해 서로 거래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 구도는 태강그룹 모이라(진희경)가 끼어들면서 다시 금이 간다. 선민식은 교도소에 가게 된 그녀의 아들 이재환(박은석)의 형집행정지를 두 달 안에 받아주겠다며 태강병원 VIP센터장 자리를 요구한다. 하지만 교도소가 이미 나이제의 손아귀에 들어간 게 아니냐 의심하는 모이라에게 선민식은 나이제와 김상춘의 접견파일을 보여주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면 나이제를 밀어내고 이재환을 형집행정지로 만들어주겠다 말했다. 나이제가 선민식의 약점으로 쥐고 있는 출자자명부를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이렇게 보면 마치 선민식과 모이라가 한 편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모이라는 자신의 회사 내 정적인 이재준 본부장(최원영)과 선민식 사이를 갈라놓는 게 우선적인 목적이었고, 선민식 또한 이재준과 모이라 양측을 동시에 자극해 어느 쪽이든 좋은 카드를 제시하는 걸 잡으려는 일종의 비즈니스적인 선택일 뿐이었다.

이처럼 <닥터 프리즈너>가 흥미로울 수 있는 건 단순하게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확연한 전선을 구축해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언제든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대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면에는 나이제와 선민식이 서서울교도소의 패권을 두고 대결을 벌이지만, 그 이면에는 태강그룹의 패권을 두고 맞붙는 모이라와 이재준 본부장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이 상황에 따라 어느 손이든 잡고 놓으며 벌이는 대결구도라 반전이 수시로 벌어지고 따라서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함이 만들어지는 것.



이건 마치 2014년에 방영됐던 박경수 작가의 <펀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쪽에서 치고받으면 다른 쪽에 이에 응수를 하는 그 대결구도가 마치 펀치를 주고받는 것처럼 그려졌던 드라마. 결국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갈등’과 ‘대립’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면, <닥터 프리즈너>는 바로 그 힘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드라마다.

무엇보다 이 대결의 중심에 서 있는 나이제와 선민식을 연기하는 두 연기자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제를 연기하는 남궁민은 <김과장>의 김성룡이 되살아난 듯 보이고, 선민식을 연기하는 김병철은 <스카이캐슬>의 차민혁이 돌아온 듯하다. 얼굴 표정 하나에서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근육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믿고 보는 남궁민에 만만찮은 김병철의 조합은 옳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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