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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시청률 내어주면서까지 백종원 진정성 드러냈다는 건
기사입력 :[ 2019-03-28 15:23 ]


‘골목식당’은 이미 인생 역전을 지켜보는 현대판 동화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SBS 예능 <골목식당>은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난 뒤의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화려한 공연으로 목표를 달성한 이후의 무대 말이다. 어느덧 거제도에서 보낸 한 달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거나, 1년간 출연하면서 본인 인생 역전에도 성공한 조보아의 하차가 아쉬워서가 아니다. 포방터 시장 편을 다룬 지난해 11월부터 <골목식당>은 시청률이 두 배로 오르고,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방송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모자라 국회까지 진출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로 올라섰다. 이후 최강 빌런과 구설에 휩싸이며 중도하차한 사례가 동시에 발발한 청파동에 이르러서 화제성은 폭발했고, 그런 만큼 부정적인 여론도 성장했다. 여기에 편승해 과거 출연자가 방송 제작 방식을 비난하기도 했다.

기승전결이란 스토리텔링이란 관점에서도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홍탁집 아들의 드라마틱한 인간 개조 스토리와 은둔하며 돈가스집처럼 자신만의 비공을 쌓은 재야의 고수를 발견하고 소문내는 것보다 더 폭발력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은 홍탁집이 피자집으로, 돈가스집이 냉면집으로 치환된 듯한 청파동에서는 결국 논란으로 번졌다.

자극적일수록 쉽게 물린다고 했던가. 실재하는 공간과 사람을 배경으로 찍는 리얼리티 콘텐츠이기에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킨 스토리, 즉 인간개조 프로젝트는 곧 한계로 다가왔다.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증폭된 논란에 피로는 급격히 쌓였고, 한 차원 더 높아진 빌런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분노의 화살을 울타리를 설정한 제작진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관심, 이슈의 크기는 대폭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이 사는 수도권과 거리가 먼 거제도로 내려가자 <골목식당>에 등장하는 가게의 상호가 예전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실제로 방송 후 여론의 향배를 유추할 수 있는 실시간 검색어는 대부분 <라디오스타>의 몫이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이후 <골목식당>의 명운이 다했다는 평가와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몰입도를 높이는 자극적인 갈등 고조나 드라마가 쫀득한 인간개조 프로젝트 대신 상권 활성화에 의도적으로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세포 편은 접근가능성이 불리한 지역으로 내려가서 사장님들의 캐릭터를 딱히 부각하지 않는다. 그 결과 시청률은 다소 하락했지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명언처럼 이런 과정 속에서 백종원이 가진 진정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그 바쁘다는 백종원은 강원도의 명인도 모셔오고, 다른 출연진보다 더 일찍 와서 더 오래 머물고, 정식 촬영 스케줄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하루 더 머물며 솔루션 받은 가게를 돌며 최종점검 한다. 지세포편 촬영을 마치고는 굳이 동네 상인들과 자리를 마련해서 당부의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의 질에 대한 솔루션을 그냥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통해 발전을 이끌어내고,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가격 책정 기준이나 음식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버려야 하는 욕심 등 성공에 대한 생각과 원칙을 강조한다. 이것이 백종원의 응원이자 솔루션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빠졌던 도시락집 사장님은 용기를 얻고 다시 힘을 낸다. 시청자들은 다소 심심해지기 했지만 평범한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람과 에너지를 얻는다. 맛에 대한 궁금함과 같은 일차원적인 동조뿐 아니라 우리 주변, 우리 이웃의 누군가에게 적절한 기회를 주고, 그것을 계기로 인생에 처음 빛이 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개조 프로젝트처럼 자극적이진 않지만 정직하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거제도 지세포항은 포방터 시장처럼 유투버들이 몰려들기 지리적으로 멀고 유명세가 거의 없는 지역의 작은 동네고, 사장님의 나이대도 높아서 드라마틱한 변화와 인식의 전환을 만들 여지도 적다. 그런 만큼 백종원은 초심을 잃지 않는 지속가능한 맛집으로 남을 수 있도록 타이르고 설득하고, 깨우치도록 계몽하면서 함께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다. ‘동네가 잘 됐으면 좋겠다.’ ‘솔루션한 세 집만 잘해서는 동네가 살지 않는다’는 백종원의 포괄적인 솔루션은 심심하지만 정답이다. 굳이 더 큰 자극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골목식당>은 이미 누군가의 인생 역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현대판 동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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