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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뜯소3’ 박명수 버럭 캐릭터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이유
기사입력 :[ 2019-04-02 11:14 ]


‘풀뜯소3’, 투덜대지만 따뜻한 박명수 캐릭터의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풀 뜯어먹는 소리3>가 농촌이 아닌 어촌으로 갔다. ‘대농원정대’라 부제가 붙은 이번 시즌은 그래서 울산 바닷가에 위치한 어느 집에서 시작했다. 소년 농부 한태웅이 안성에서 지은 쌀을 챙겨들고 오고, 바닷가에 어울리지 않는 패션센스(?)의 박나래에 새 멤버로 양세찬 그리고 박명수가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라 울산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국내 최연소 해남 고정우였다. “서울에서 오신다고 욕 봤심더” 하고 던지는 구수한 사투리로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는 고정우에게 출연자들은 모두 빵 터졌다. 특히 박나래나 양세찬은 개그맨 후배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어딘지 옆집 할머니 같은 톤의 목소리는 그러나 설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정우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지냈고 물질을 배우며 늘 해녀 할머니들과 지내다보니 어르신들의 사투리 억양이 몸에 배게 된 것.

옆집 할머니 같은 정우의 모습은 어딘지 할아버지 말투를 닮아있는 한태웅과 짝을 이뤄 웃음을 자아냈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영락없는 어르신들이 사투리로 나누는 대화처럼 느껴졌던 것. 소년 농부 한태웅과 이제 22살 최연소 해남 고정우의 만남은 그래서 이번 <풀 뜯어먹는 소리3>의 핵심적인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 그건 농촌과 어촌의 만남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한태웅과 정우를 통한 세대를 뛰어넘는 만남이며, 도시와 농촌, 어촌의 콜라보다. 그 만남 자체가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은 마치 개그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웃음의 상황들을 연출했다. 이를 테면 해녀복을 챙겨 입기 위해 안에 빨간 내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 같은 게 그것이다. 게다가 만만찮은 해녀복을 입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해녀복까지 챙겨 입었지만 정작 바다로 나가 잠수조차 잘 못해 버벅대는 모습들 또한.

하지만 이건 상황극이 아니라 리얼이다. 캐릭터쇼가 아니라 진짜 상황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늘 자기만의 캐릭터 속에 있는 듯한 박명수의 모습은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었다.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한태웅 그리고 정우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반말에 버럭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건 물론 그가 늘 보여주던 캐릭터의 하나였지만, 이것이 캐릭터쇼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어딘지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그건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박명수가 연출해낸 모습일 것이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나이 많다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처럼 비춰질 수 있었다. 아마도 이건 박명수가 캐릭터쇼에 익숙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일 게다. 하지만 실제 상황을 비춰주는 관찰카메라 시대에는 캐릭터를 꺼내기 전에 어느 정도의 익숙해지는 관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그러하듯이.

어딘지 잔뜩 피곤한 얼굴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듯한 모습 역시 박명수의 캐릭터다. 하지만 농사를 짓거나 물질을 하는 노동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실제로 일손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캐릭터는 자칫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프로그램도 박명수의 이런 캐릭터를 ‘츤데레(하기 싫은 척해도 다 하고 투덜대도 실은 따뜻한)’라고 붙여놓았지만, 이런 방송조차 보통 사람들은 얻기 힘든 ‘노동의 기회’라는 걸 생각해보면 ‘억지로 힘들어도 하는 듯한’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



이건 캐릭터 시대를 살아온 박명수가 이제 리얼을 보여주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들어오면서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다. 캐릭터 시대에는 버럭대고 투덜대고 화를 내는 모습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웃음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이 그의 츤데레 매력이라는 걸 어필하려면 적어도 ‘적당한 선’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특히 <무한도전>에서처럼 그런 그의 캐릭터를 눌러줄 수 있는 유재석 같은 인물이 없는 최고참의 위치에 있다면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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