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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도 낮술 당기게 만든 서산 장금이의 비결
기사입력 :[ 2019-04-04 10:40 ]


솜씨에 인성까지, 골목식당 백종원도 빠져들 정도라면

[엔터미디어=정덕현]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충남 서산 해미읍성 어느 골목길로 백종원이 우산을 들고 식당을 찾아간다. 이제 13번째 골목을 맞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시그니처가 된 풍경. 본래 얼굴을 숨기려 마치 영화 <킹스맨>처럼 우산을 들게 됐던 것이지만, 봄비가 내리자 그 우산은 그 풍경에 딱 어울리는 자연스런 소품이 되었다. 이런 날이면 왠지 낮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픈 마음이 인지상정. 백종원이 찾아간 돼지찌개집 역시 그런 마음에 딱 맞춘 음식들을 내놨다.

직접 찾아가보기 전까지 백종원은 반신반의했다. 일단 메뉴가 너무 많은 게 신뢰감이 가지 않은 이유였다. 소머리국밥 하나만 해도 제대로 하려면 전문점을 해야 될 터였지만 여기에 돼지찌개에 냉면부터 갖가지 다양한 계절메뉴까지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슬쩍 슬쩍 반말과 존칭을 넘나드는 사장님은 화면으로만 봤을 때는 섬세할 것 같지 않은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장금이’로 불린다는 별명 또한 어딘지 은근히 반발심을 만들 수밖에.



하지만 이 모든 건 선입견이자 편견이었다. 백종원이 가게 문을 들어서자 여장부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수줍어하며 90도로 인사하는 사장님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별 기대 없이 소머리국밥과 돼지찌개를 주문하는 백종원을 반색하게 만든 건 반찬으로 떡 하니 올라온 어리굴젓이었다. 비싸서 반찬으로 내놓기 어렵지 않냐는 백종원의 물음에 사장님은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면(가격 따지면) 되냐?”고 반문했다. 그 한 마디에 사장님의 음식과 손님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백종원은 음식을 평가하기 전 어리굴젓 하나만 갖고도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고 말했다.

자부심으로 좋은 재료만 쓴다는 이런 사장의 음식이 맛이 없을 리 만무했다. 소머리국밥도 미리 삶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잡내가 생기지 않게 준비해놓고 있었고, 국물도 제대로 였다. 이름이 특이한 돼지찌개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끓여 찌개로 내놓는 것이었는데, 백종원은 이를 단박에 알아보고 “그럼 김치찌개 아니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돼지찌개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돼지찌개를 보니 그렇게 이름 붙여야 될 정도로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냥 대충 이름을 붙인 게 아니라 진짜로 음식에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에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이었다.



백종원은 어리굴젓에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먹어보며 맛있다고 했고, 그 김치 맛 덕분에 돼지찌개에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맛이 난다고 말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있어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는 백종원은 결국 ‘장금이’라는 별명을 인정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칭찬에 정작 이를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는 사장님은 쑥스러워 했다. “괜히 그러시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장님에게서 겸손함이 느껴졌다.

보통 조리실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며 뭐 잘못된 건 없나 찾곤 했던 백종원이지만, 엉뚱하게도 그는 이 집의 다른 반찬은 없나 찾고 있었다. 김치냉장고에서 찾아낸 도라지무침과 파김치를 먹어보고는 “왜 이 반찬은 안 내놓으셨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사장님은 그런 반찬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순간 사장님이 하는 장사의 철학이 언뜻 엿보였다. 그저 장사가 아니라 마치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듯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음식과 반찬을 그 때 그 때 맞춰 내놓는 것. 아마도 이런 집이라면 손님들은 훨씬 더 편안한 정 같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준비된 집이라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 이미 솔루션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식 맛있고 재료 아끼지 않으며 청결상태도 좋은 데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성까지 있으니 손님이 오지 않는 건 알려지지 않아서일 뿐이니 말이다. 이미 봄비 내리는 날 백종원을 낮술 ‘땡기게’ 한 음식점으로 알려진 이상,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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