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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리즈너’ 어째서 악당 같은 남궁민에게 빠져드는 걸까
기사입력 :[ 2019-04-05 11:41 ]


어찌 보면 악당 같다,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은 어쩌다가

[엔터미디어=정덕현]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있을까요?” 태강병원 정신과 의사 한소금(권나라)이 “왜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냐”고 묻자 나이제(남궁민)는 그렇게 말한다. 그는 JH철강 김회장의 아들인 잔혹한 사이코패스 김석우(이주승)를 윌슨병이라 주장해 양극성 장애로 만듦으로써 형 집행 정지를 만들어주려 했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한소금에게 나이제는 만일 그의 동생 한빛이 죽었다면 어떻겠냐고 반문한다. 가난한 장애부부가 아이를 잉태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어머니마저 수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죽었던 걸 경험한 나이제는 “그 놈들이 있는 곳이라면 지옥 끝까지” 갈 거라고 말한다.

이것은 KBS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갖고 있는 이야기의 특징이면서, 나이제라는 독특한 주인공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이제는 한 여성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폭력을 행사한 사이코패스 김석우를 형 집행 정지시켜주려 하는 인물이다. 주인공이지만 악당에 가까운 인물이 아닌가.

실제로 <닥터 프리즈너>가 흥미진진한 건 나이제와 선민식(김병철) 서서울교도소 의료과장이 교도소 내에서의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치고 받는 대결 때문이다. 이들은 대놓고 서로가 적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통수를 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제압한 후, 비웃음을 날림으로써 약을 올린다.



선민식은 김석우를 형 집행 정지로 만들어내려는 나이제를 겉으로는 가만히 내버려둔다. 하지만 실은 이를 조사하려는 이가 정의식 검사(장현성)라는 걸 알고는 나이제를 전면에 내세워 곤궁에 빠뜨리려는 심산을 갖고 있다. 실제로 나이제가 김석우로 하여금 윌슨병 증상을 만들어 임검을 통과하게 되자, 선민식은 김석우의 피해자에게 김석우가 풀려나게 되었다며 그렇게 만든 인물이 한소금이라 이야기를 전하게 한다. 결국 피해자가 한소금을 찾아와 김석우가 풀려나는 것에 대한 분노와 공포를 드러내자, 한소금은 재검을 요청하게 된다. 나이제에게는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 되었다.

나이제와 선민식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처럼 보인다. 나이제라는 인물이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지 하는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군가를 서슴없이 이용하고, 재소자들을 위협하며 때론 회유하기도 한다. 심지어 나이제는 복수를 위해서는 제 손에 피가 묻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악당에 가까운 인물인데 어째서 우리는 나이제에게 빠져드는 걸까. 그건 아마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적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게다.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교도소 봉사까지 들어와 조사를 했던 한소금이 김석우 같은 사이코패스를 풀어줄 수 없다며 갑자기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이런 순수하고 어찌 보면 순진한 방식으로는 결코 뜻을 이룰 수 없는 살벌한 현실이라는 것.



그래서 나이제가 선민식을 찾아가 “나는 과장님을 이길 수밖에 없다”며 “과장님은 이기기 위해 남의 손에 피를 묻히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내 손에 피를 묻힌다”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태강병원이 교도소와 결탁해 해왔던 갖가지 비리들과 거기에 동조한 의사들과 경영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기 위해 나이제는 제 손에 피를 묻히건 자신이 피를 흘리건 개의치 않고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것.

실제로 태강그룹의 이재준 본부장(최원영)은 김석우의 형 집행정지를 이끌어낸다는 명목으로 허위 진단서를 만들어낸 태강병원 의사들이 사실은 선민식과 함께 해왔던 과장들이라는 걸 거론하며, 이 모든 게 어쩌면 나이제의 큰 그림일 수 있다는 걸 예고했다. 즉 김석우의 형 집행정지가 무산됨으로써 선민식에게 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할 정의식 검사의 이전 사건들의 조사를 촉발시킨 거라는 것. “제 손에 피를 묻힌다”는 뜻은 아마도 이렇게 자신까지 포함해 선민식과 그 일당들을 모두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의미일 게다.

어찌 보면 악당 같은 주인공 나이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악의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그 일련의 선택들에 심지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부정한 시스템의 현실이 갈수록 공고해져가고 있다는 뜻일 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더 이상 순진한 정의가 먹히지 않을 거라는 걸 어느새 공감하게 됐는지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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