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는 과연 3부 편성할 만한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지난 7일부터 이른바 ‘3부 편성’을 시작했다. 이미 드라마부터 시작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2부 편성’을 해오던 차였다. 사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30분 정도 분량으로 잘라져 2부 편성을 한 것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껏 봐왔던 시청 패턴이 달라지고, 갑자기 끊기고 광고가 들어가니 몰입도 깨지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이것을 ‘꼼수편성’이라 불렀다. 이유는 작품을 30분 단위로 끊어 만든다는 의미보다는 광고를 더 넣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라는 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상파들은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2부 편성을 강행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이제 3부 편성이 나오자마자 전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건 2부 편성 때처럼 타 지상파 방송들에게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KBS도 MBC도 3부 편성에 나설 거라는 것.



2부 편성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서 시청자들도 여기에 적응해갔다.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상파가 굳이 프로그램을 쪼개 광고를 채워 넣는 일에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이나 종편채널과 비교해 보면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지상파는 이것을 ‘역차별’로 여길 수 있었다. 한 때 지상파가 전체 방송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던 시절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통용될 수 없겠지만, 지금은 그 구도가 이미 깨져버린 지 오래다.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 비지상파 구분하지 않고 괜찮은 프로그램이 있는 채널로 시선을 돌린다. 결국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됨으로써 많은 인력들 또한 비지상파로 옮겨간 현실에, 좋은 작품들도 우선적으로 비지상파를 찾게 되면서 지상파들은 힘겨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광고는 콘텐츠 제작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 같은 현실 속에 지상파의 중간광고 불허는 역차별로 느껴질 만하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2부 편성을 불편하지만 받아들인 면이 있다. 하지만 3부 편성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행보다. 2부 편성까지 억지 춘향 식으로 받아들였던 시청자들도 3부 편성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일종의 ‘시청권 침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SBS가 가장 먼저 그것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3부 편성을 들고 온 것도 그저 우연이라 보긴 어렵다. 어쩌면 상업방송인 SBS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 그나마 모양새가 나쁘지 않을 거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공영성이 더 요구되는 KBS나 MBC보다는 ‘상업적인 선택’에 대한 정당함(?)은 주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가 과연 3부 편성을 할 만큼 충분히 완성도가 높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어르신들의 멘트들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고, 패턴화된 구성이 식상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대중들이 불편해하는 건 3부 편성 자체도 그렇지만, 그걸 시도하는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그만한 재미나 의미 또는 가치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리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고 늘릴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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