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집으로’ 독립운동사 큰 그림 그리는 MBC, 호평 쏟아질 수밖에
기사입력 :[ 2019-04-10 13:10 ]


‘집으로’,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다시 쓰는 독립운동사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3월과 4월을 지나며, 연초부터 방송사마다 선보이기 시작한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들은 더 뜨겁게 타오른다. 3.1절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이 끼어 있는 이 시기에, 100 년 전 조국의 독립을 외쳤던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뜨거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임정수립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TV삼분지계] 또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리뷰하는 것으로 마음을 보탠다.

MBC가 선보인 4부작 특집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독립유공자들의 자손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과 함께 한국으로의 초청장을 전달하는 여정을 기록한 프로그램이다. 김선영 평론가는 MBC가 선보인 일련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조명하려는’ 기조의 정점에 오른 프로그램이라 호평했고, 정석희 평론가는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 프로그램이 난립한 세상’인데 정작 해외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들을 다룬 프로그램이 지금껏 많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임시정부·민족주의 중심 사관을 극복하려는 <집으로>의 시도야말로 오히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더 건강하게 증명하는 방법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TV삼분지계] 또한 그 모든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그리도 꿈꾸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 가장 어두운 곳에서부터 출발하는 독립운동사의 복원

올해 MBC가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그냥 묻히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탄생 루트를 따라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되짚었던 3부작 [MBC 스페셜-독립원정대의 하루, 살이], 대한민국 100년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돌아보는 시리즈 <1919-2019, 기억록>, 최근 방영을 시작한 특집 4부작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까지, 모두 역사에 접근하는 신선한 시각과 진지한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제일 큰 미덕은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조명하려는 일관된 노력에 있다. 그 중에서도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는 그 노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내레이션을 담당한 배우 손현주를 포함해, 연예인, 방송인,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집으로 사절단’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조들 고향으로의 초청장도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잊힌 이름들은 물론이고 미처 인지하지조차 못했던 이름들이 비로소 빛을 받는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가장 먼 땅에서, 제일 덜 알려진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특히 1회 ‘100년 전, 우리의 이야기’ 편에서 더듬어간 프랑스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는 놀라움과 감격의 연속이었다. 먼 타국에서 독립에 헌신했으나 끝내 고국을 찾지 못하고 생을 다하신 홍재하 선생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그리고 그 후손 장자크 홍 푸안이 사절단과 조우하는 순간은 단순히 TV 속 장면을 뛰어넘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는 그렇게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역사와의 뼈아픈 대면이다. 가장 어두운 곳으로부터 출발하는 이 독립운동사 복원의 행보에 좀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KBS2 <대화의 희열>에서 다니엘 린데만은 ‘요즘 왜 그리 바쁘냐’는 질문에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 있는 서영해 선생과 홍재하 선생의 후손을 만나고 돌아왔다’고 답했다. 두 분을 알지 못해서인지 좌중은 별 반응이 없었다. 다니엘 린데만이 참여한 프로그램이 바로 MBC 특집 4부작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다. 가만히 되뇌는 것만으로도 자세를 고치게 되는 ‘독립운동’, 그 안에 기록되지 못한 역사와 인물, 시도들이 숱하게 많으리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날 독립을 위해 만리타국에서 애쓰다 돌아가신 분들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특히 1919년 프랑스 쉬프에서 ‘재법한국민회’를 결성하는 등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홍재하 선생은 아직 서훈조차 받지 못했단다. 그런 이유로 선생의 후손은 이번에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 사절단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전달한 초대장 또한 받지 못했다. 1958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고자 간절한 염원의 편지를 보냈으나 거절당한 홍재하 선생. ‘재법한국민회’에서 조성한 독립운동 자금을 여러 차례 상해 임시정부에 보내신 분을 지금껏 홀대하고 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TV만 틀면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 프로그램이 난립한 세상인지라 더욱 가슴 아프다.



그리고 지금의 80억 가치라는 전 재산 1만 루블을 독립 운동 자금으로 기증한 대한제국 외교관 이범진 선생의 사연 역시 비통하다. 고종에게 망국의 한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선생은 자결했고 헤이그 특사로 한국의 비참한 실정을 알리는 ‘한국의 호소(A Plea for Korea)’를 발표해 청중의 공감을 얻은 그의 아들 이위종 선생은 행적을 찾지 못해 위패만이 모셔져 있다 한다. 왜 러시아 지역 후손들이 유달리 우리말에 서툰지 의아했는데 그 답도 알 수 있었다. 구 소련이 한국어 사용을 철저히 금해서라고. 후손들이 삶이 어땠을지 익히 짐작이 간다. 배우 손현주, 아나운서 허일후를 비롯한 사절단의 진정성도 프로그램의 격을 높이는 데에 한 몫 했다. 어렵게 뗀 이 첫발이 기폭제가 되어 더 많은 인물, 역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독립을 외친 ‘모든’ 이들을 집으로 부르는 외침

한국의 독립운동사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안 그래도 일제의 탄압 속에 제대로 된 기록을 못 남긴 사례들이 많은데, 광복과 동시에 맞이한 분단과 이념대립은 한반도 남북의 사관을 반으로 쪼갰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을 한국독립당으로 대표되는 우파 민족주의 진영 중심으로 서술했고, 북한은 조선민족전선연맹으로 대표되는 좌파 사회주의 진영 중심으로 서술했다. 각자 중심으로 삼은 사관이 흔들릴까 두려워 상대 진영의 독립운동을 후하게 평가하길 꺼렸고, 그 탓에 독립운동사는 언제나 채워진 칸보단 빈 칸이 더 많은 채로 남겨져 있었다. 독립운동사라는 큰 맥락에서 기록되고 기념되어야 할 이들의 활약상이 앙상하게 생략된 일이 많았던 것이다.



MBC <백 년 만의 귀향, 집으로>(이하 <집으로>)가 반가운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집으로>는 서영해나 홍재하처럼 동북아 중심의 독립운동사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서유럽 지역의 독립운동가들, 이동휘처럼 사회주의 진영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언급이 잘 안 되곤 했던 러시아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자취를 찾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단순히 몰랐던 독립운동가들의 존재를 새로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조명 받지 못했던 다양한 방법과 노선의 독립운동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린다고 평가할 법하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만든 프로그램이 이동휘처럼 일찌감치 임정을 탈퇴한 사회주의 진영 인물이나, 최재형처럼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되었음에도 재임한 적은 없었던 이들의 역사를 오래 다루는 것이 의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으로>가 임시정부 너머의 인물들까지 널리 조명하는 순간, 독립운동사는 훨씬 더 풍성한 실체를 드러낸다. 이는 또한 다른 진영의 활약상을 인정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건강한 자신감의 표명이기도 하다. 진작 나왔으면 좋았겠으나 지금이라도 등장한 것이 반가운 프로그램이다. 저마다의 노선으로 독립을 위해 싸웠던 그 많은 이들이, 늦었지만 꼭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영상,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