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뱅커’의 촌스러운 배경음악,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 텐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비록 첫 주에 쓸데없이 전원일기 스타일로 죽을 쓰긴 했지만, MBC <더 뱅커>는 그렇게 몹쓸 드라마는 아니다. 얼핏 중년판 <미생>이나 대하사극의 금융판 버전이라 할 <더 뱅커>는 보다보면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노대호(김상중)가 대한은행 본점 감사로 올라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역시 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첫회에서 이것은 1980년대 농촌드라마의 부활인가, 싶던 미심쩍은 부분들도 싹 정리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뱅커>는 마음 놓고 이야기를 즐기기에는 몰입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물론 첫 회부터 시청자를 당황시킨 배우 김상중의 ‘알고싶다’ 말투는 생각보다 큰 걸림돌은 아니다. <더 뱅커>의 소시민적이지만 속내를 모르겠는 노대호는 특유의 톤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김상중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 톤과 교묘하게 겹쳐진다. 그 때문에 극 초반 시청자들은 왜 김상중이 드라마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찍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특유의 말투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더 뱅커>의 주인공 노대호의 말투로 흡수되어 가는 중이다. 더구나 사건은 나름 긴장감 넘치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너무 무덤덤한 <더 뱅커>에서 노대호의 말투는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극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노대호의 ‘알고싶다’ 말투는 <더 뱅커>의 주제와도 잘 이어진다. ‘대한은행 그곳의 비리를 알고 싶다.’ ‘대한은행 그곳에서 벌어지는 금융권을 휘젓지는 인간군상의 속내를 알고 싶다’. 이것이 <더 뱅커>의 맥락이기 때문이다.

단 <더 뱅커>의 걸림돌은 그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언가 엇박자라는 점이다. 일드 원작을 연상시키듯 <더 뱅커>는 일드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온 느낌이 있다. 부담스러울 정도 정의로운 주인공의 설정과 주인공에 감격하는 인물들의 오버스러운 감정 연기 등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뱅커>의 장점은 그 일드 특유의 감정선이 아니라 거대 은행을 좌지우지하는 인물들 사이의 의뭉스러우면서도 치열한 권력다툼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한국의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다. SBS <여인천하>에서부터 KBS <정도전>, <용의 눈물> 등등 성공한 사극들은 그 코드로 시청자의 주목을 끌었다. 더구나 <더 뱅커>는 김상중부터 유동근, 채시라, 안내상, 김태우, 서이숙 등 긴장감 넘치는 사극 연기를 보여준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는 작품이다. <더 뱅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력을 쥔 인간군상의 치열한 권력다툼을 보여주는 노련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비해 분위기는 너무 차분하고 쓸데없는 장면들은 쓸데없이 시시하다.

사실 <더 뱅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 밋밋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꿔놓기 위해 사용하는 격정적인 배경음악에 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이 배경음악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을 김빠지게 만들기 일쑤다.



<더 뱅커>는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촌스럽고 격정적인 배경음악을 틀어댄다. 그 순간 이 드라마 특유의 촌스러움이 다시 도드라진다. 차라리 배경음악 없이 주연배우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넘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더 뱅커>는 좋은 배우들 그리고 뻔한 막장이나 쓸데없이 잔인한 내용 아닌 현대사회의 권력다툼을 그린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판은 그렇게 만들어놓고, 몇몇 걸림돌 때문에 잘 차려진 밥상이 엎어질 가능성 역시 많은 작품인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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