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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국인’ 어떻게 뻔한 퀴즈쇼를 쫄깃한 예능으로 만들었나
기사입력 :[ 2019-04-11 15:58 ]


‘대한외국인’ 외국인과의 퀴즈대결, 전복된 설정이 주는 재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은 KBS <미수다>, JTBC <비정상회담>,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잇는 대표적인 외국인 예능이다. 한국인보다 우리나라를 더 잘 아는 최소 3년부터 최대 30년 이상 거주한 ‘대한 외국인’ 10명이 박명수를 팀장으로 한 우리나라 스타 5명과 우리나라에 관한 퀴즈대결을 펼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대한외국인>은 과거 MBC <일밤>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 제작진과 MC가 다시금 뭉쳐 만든 퀴즈쇼로, 4회분의 파일럿 이후 정규화 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MC 김용만을 중심으로 한 익숙한 형식의 스튜디오 쇼버라이어티답게 근황토크, 개인기, 홍보성 멘트로 오프닝을 연다. 그리고 속담, 맞춤법, 띄어쓰기, 사자성어, 우리나라 사회문화 상식에 대한 퀴즈대결을 이어나간다. <비정상회담>으로 이름을 알린 샘 오취리, 알베르토, 수잔, 럭키, 안드레아스, 타일러 등 반가운 얼굴들이 주축으로 등장하고 러시아의 안젤리나 다닐로바와 일본의 모에카 등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끄는 외국 방송인들이 합류했다.



1%대에 안착한 시청률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만한 수치는 아니고, 퀴즈 대결이나 그 진행 방식, 출연자의 면면이 그렇게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비정상회담> 이후 외국국적 방송인들에게 가장 많은 기회가 열리는 확실한 등용문이자 무대라는 의의와 함께 에바, 존&맥 형제를 비롯해 이번 주 새로 등장한 중국의 유리나처럼 박식하고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늘 놀라움을 안기는 출연자들을 매회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익숙한 포맷의 퀴즈쇼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복된 설정이 주는 재미에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퀴즈를 푸는데 도전자가 외국인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연예인 군단이다. 예를 들어 순우리말 ‘꽃등’이 뜻하는 바와 서라벌에서 유래된 도시이름은 무엇인가와 같은 한글과 우리나라 문화나 상식에 관한 문제를 푸는데, 방어전을 치르는 주체가 외국인 출연자다.



매우 이색적이다. <미수다>와 정반대다. 이런 맥락을 뒤집은 설정은 아무래도, MBC 에브리원의 초대박 콘텐츠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영향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예능이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을 여행의 공간으로 만들어 새로운 자각과 시선을 건네고,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었던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선을 뒤집으면서 퀴즈의 재미와 긴장을 보다 새롭고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예능이 가진 본연의 재미와 장점을 적절하게 풀어낸다. 퀴즈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늘 쓰는 언어나 우리 생활에 깃들어 있는 문화 등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깨우치는 재미와 함께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모국어로 쓰는 우리보다 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선보일 때 한국 사랑의 대견함을 느끼게 된다. 속어를 편하게 쓰는 유리나의 ‘한국인다운 멘트’ 등은 퀴즈대결의 긴장과 오답 퍼레이드만큼 중요한 재미요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퀴즈 대결의 승패가 핵심이다. 그렇다보니 제작진들은 한쪽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고심한 끝에 대결에서 패해도 부활할 수 있는 홍삼, 산삼 등의 핸디캡을 도입해 운영의 묘를 살린다. 모델 한현민과 함께 고정 출연 중인 박명수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모처럼 열심히 방송하는 모습이 보이고, 실제 대결의 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양팀간의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춰지고 있다.

만약 이 퀴즈쇼가 대한외국인이라 불리는 방송인들이 한국 사랑에 대해 애정을 펼쳐놓아야 하는 <미수다> 같은 형태로 진행됐으면 일정 부분 불편하기까지 할 뻔 했다. 그러나 <대한외국인>은 출연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길 강요하거나 파고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부분은 쿨하게 넘어간다. 외국인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선 구성이 이미 모든 것을 대신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보다 담백하게 퀴즈를 즐길 수 있고, 출연자들의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다. <비정상회담>를 거치면서 성숙해진 태도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성공을 통해 가능성을 엿본 시선 전환이 오늘날 예능 환경에서 자칫 뻔하고 지루할 뻔한 퀴즈쇼를 찾아볼만한 예능으로 이끌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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