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뱅커’, 은행은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에서 노대호 역할을 연기하는 김상중은 특유의 목소리 톤을 드라마 안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김상중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자신이 캐릭터화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특유의 목소리 톤에서 나온다. 이 톤으로 그는 여러 차례 광고를 찍었고, 그 중에는 새마을금고 같은 은행도 있다. 물론 그 톤이 주는 이미지는 ‘신뢰감’ 같은 것이다.

아마도 <더 뱅커>가 김상중을 캐스팅한 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 이미지와 새마을금고 광고가 주는 이미지(실제로 이 드라마는 새마을금고의 광고가 붙어 있다)의 결합이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는 예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초반에는 그 특유의 톤이 어딘가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강했지만, 차츰 지속되면서 그 캐릭터의 겹침이 오히려 드라마에도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김상중의 이미지와 <더 뱅커>의 노대호 캐릭터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건, 이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더 뱅커>에서 노대호라는 인물은 은행의 경영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은행의 고객 중에서도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고의 부도를 여러 차례 냄으로써 그 회사에 피해를 입는 서민들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그런 이들을 VIP로 관리하는 행태는, 은행이 그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경영자들의 마인드를 잘 보여준다. 노대호는 이런 은행의 부실대출 같은 문제들을 감사라는 직함을 통해 조사하고 해결해나간다.

채용비리 문제를 다룬 9,10회 분은 이런 노대호 캐릭터에 대한 판타지가 제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노대호의 운전기사인 박광수(김규철)의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 대한은행 공채에서 시험을 잘 봤지만, 인사의 전권을 쥐게 된 도정자 전무(서이숙)가 의도적으로 청탁받은 한 지원자를 밀어줌으로써 떨어지게 된 에피소드가 그렇다.



겉으로 보면 도정자 전무가 개인적인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강상도 은행장(유동근)이 그 윗선이라는 걸 은연 중에 드라마는 드러낸다. 즉 강상도 은행장은 국회의원 막내딸의 취업청탁이 들어오고 금용감독원장까지 압박을 해오자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본래는 없었던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게 한다. 그리고 인사총괄 자리에 도정자 전무를 앉힌 것.

가진 것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채용비리가 얼마나 한 가족의 삶 자체를 뒤 흔드는가 하는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노대호 같은 감사가 나서고, 채용비리를 전면적으로 파헤친다. 실제 현실에서 가능할까 싶은 이야기이고, 사실상 노대호 같은 전권을 쥔 감사 같은 인물이 비현실적이지만, 드라마는 그래서 이 부분을 판타지로 그려낸다. 물론 그의 감사는 도정자 전무에게 그 칼끝을 향할 것이고,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은행장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지만.



<더 뱅커>가 그리고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은행장이나 노대호 같은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움직이는 감사는 우리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판타지적 인물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은 건, 실제로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의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걸 갖기 위해 저지르는 비리가 적지 않은 현실 때문일 게다.

그래서 저 <그것이 알고 싶다>의 톤을 그대로 가져온 김상중의 연기와 노대호라는 캐릭터가 의외로 잘 어울리게 느껴진다. 서민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해왔던 어떤 것들을 이 인물이 파헤쳐 그 진실을 드러내주고 있어서다. 몹시도 그것이 알고 싶었던 대중들에게는 그 실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면에서는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되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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