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 콘서트’가 감동적인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불타는 청춘>은 현존하는 예능 중 가장 동떨어진 섬이다. 송은이나 최근 새 친구로 합류한 홍석천 등 유명 예능 선수들의 출연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주력 출연자 대부분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접점이 없다. 매주 새 친구라 하여 새로운 출연자를 발굴하는 팜 시스템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이 또한 <불청>만의 리그다. <불청>은 방송가에서 멀어졌던 왕년의 중장년 스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예능 무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갖는 진정성이 이 프로그램만의 특별함이다.

‘불청 콘서트’는 이처럼 지난 5년간 구축한 <불청>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다. 결혼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떠난, 하차의 가장 아름다운 예를 보여준 김국진과 강수지가 MC를 맡고, 일반 공연 기획으로는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8090세대 가수들이 협동 공연을 펼친다. 구본승, 김혜림, 이재영, 포지션, 015B, 김부용 등 평균 20여 년 이상 무대를 떠나 있던 이들이나 김완선, 양수경, 최재훈, 금잔디, 신효범, 김도균 등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방송으로 접하기 힘든 아티스트의 무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그뿐 아니라 <불청> 식구들이 총출동했다. 최성국, 강경헌, 이연수 등 출연자 일부는 관객석에서 리액션을 담당하고 김정균, 강문영, 박선영, 최민용 등은 코러스 겸 백댄서로 참여해 특별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했다.



콘서트는 1990년대 빛나던 시절 그때의 설렘과 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러나 불청 콘서트는 <무도>의 ‘토토즐’이나 예전 <가요대제전>을 재현하는 듯한 추억의 복고 콘텐츠에 머물지 않는다. 불청 콘서트가 추억 여행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무대에 오른 이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거나 마주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영광의 시절 이후 긴 시간 또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인생이 노래와 무대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보헤미안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에 도전하며 진정한 청춘의 면모를 과시한 김광규, 여전히 감탄이 절로 나는 김완선의 무대, 26년만의 무대에 서게 된 이재영이나 최전성기를 함께한 김형석 작곡가의 도움으로 무대를 꾸민 김혜림, 인생의 마지막 무대라는 다짐으로 올랐을 김부용, 어느덧 기억 속에 잊혀진 015B의 화끈한 무대를 보면서 반가움과 애틋함이 동시에 느껴진 이유는 세월이란 활주로를 따라 연착륙한 왕년의 스타들이 켜켜 묵은 더께를 털어내고 준비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불청>은 자신만의 생태계를 이룩한 덕분에 오늘날의 예능 트렌드에서 어느 정도 비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여전히 리얼버라이어티 전성 시절의 ‘가족적 관계’를 바탕삼아 출연자들이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고 이룩해나가는 설정을 유지하고 있다. 소박하게는 한 끼 밥을 함께하는 것부터,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는 에피소드를 넘어 이번 불청 콘서트처럼 1~2년에 한 번씩 판을 크게 벌린 대형 이벤트를 마련해 불꽃을 터트린다. 과거 <무한도전>이나 <1박2일> 전성기 때의 고색창연했던 그림과 서사 그대로다.

캐릭터의 진정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다보니 <불타는 청춘>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을 보면서 일종의 가족과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 분명 TV로 시청하지만, 이들의 여행을 그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와 함께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점에서 <무도> 이후, 예능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이 교감을 나누고 정서적 커뮤니티를 이루는 유일무이한 리얼버라이어티다. 따라서 구본승이 관객들에게 가족 같다고 한 말이 그저 립서비스만은 아니다.



김광규의 무대가 끝나고 나온 ‘이것은 콘서트가 아니다. 인생이다’라는 자막은 이번 불청 콘서트를 한마디로 가장 잘 집약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불청 콘서트에는 추억만이 아니라 영광의 순간이 지나간 이후의 삶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바로 이 지점이 809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여타 복고 콘텐츠와 차이점이고, 감동의 울림이 더욱 깊은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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