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곱창집 사장님이 서산 장금이에게 배워야할 것
‘골목식당’은 결국 방송, 어떻게 비춰질지 신중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를 너무 이상하게 찍어놔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산 해미읍성편에 출연하는 곱창집 사장님은 카메라 감독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건 얼굴이 빨갛게 나왔다는 것에 대해 농담을 섞어 하는 말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른 뉘앙스로 들릴 수 있었다. 마치 방송이 나간 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방송이 그렇게 보이게 해서라는 뉘앙스. 방송 나간 후 아들로부터 말을 줄이라는 얘길 들었다지만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사장님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비판의 목소리들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말수를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사장님은 누군가 말할 때 듣기보다는 말을 더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장사를 해왔지만 잘못 배워온 곱창 손질 방법 때문에 굽자마자 곱이 흘러나오는 이유를 잘 몰랐던 사장님은 “곱을 깨끗하게만 하려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집은 소곱창구이를 포기했다. 백종원이 알려준 방식대로 하니 곱이 제대로 살아 있는 소곱창구이를 먹을 수 있었지만, 그 방식은 현실적으로 하기가 어려웠다. 그대로 하려면 새벽부터 일어나 손질하는데 공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백종원이 곱창집을 다시 방문해 돼지곱창에 어울리는 간장소스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상황실에 온 사장님은 그러나 다시 그 말 습관이 튀어나왔다. 백종원이 조리사로 일한다는 사장님 아들에게 돼지곱창의 부위들을 하나하나 짚어 묻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걸 모니터로 본 사장님은 “김성주씨도 연예인이라서 영화계나 개그맨 다 아는 거 아니잖아요”라며 정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들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야 이해되는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 콕 집어서 대꾸할 필요가 있었을까.



백종원이 만든 간장소스가 맛있다는 아들의 반응을 보며 사장은 한 마디를 더했다. “저게 아마 깔끔한 맛일 거에요. 간장에다 식초 넣고 청양고추도 좀 썰어 넣었을 테고...” 엄마 없을 때 엄마가 만든 된장소스와 자신이 만든 간장소스를 비교해보라는 백종원의 말에 “간장소스가 훨씬 맛있다”고 말하자 사장님은 다소 난감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간장소스가 훨씬 맛있다는 강조해서 말하기 위함이었는지 된장소스를 집으며 “버려 이거”라고 말하자, 백종원은 그러지 말라며 그 된장소스에 몇 가지만 더해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마법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백종원은 된장소스에 고춧가루와 식초를 더해 내놓은 소스는 실제로도 다시 살아났다. 백종원은 애써 어머니가 해주신 된장소스가 얼마나 괜찮은 거였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줬다.



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간장소스가 더 낫다고 하자 사장님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는 듯 “나도 (만들 줄)알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성주가 어떻게 하는 줄 아신다는 거냐고 묻자 사장님은 “알아요. 지금 뭐뭐 들어가는지 봤어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성주가 한 번 보시고 뭐가 들어갔는지 척척 맞추면 놀라운 일일거라 운을 띄우자 사장님은 방송인이라도 된 듯 “김춘옥의 골목식당! 틀리면 하차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잠시 후 자신도 먹어보러 왔다는 사장님의 말에 아들은 슬쩍 눈치를 봤다. 혹여나 그 말 많이 하는 습관이 나올까 걱정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신감과는 달리 이렇게 저렇게 먹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장님은 결국 “제가 절대미각이 못되요”라는 엉뚱한 말을 했다.

사실 상황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김춘옥 사장님이 그런 말들을 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런 말들이 어떻게 비춰지리라는 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이 자신의 노하우를 어려움을 겪는 식당에 알려줘 골목 상권을 살리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니 해당 식당의 사장님들이 그 조언들을 듣는 모습이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번 해미읍성편에서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서산 장금이로 불리는 돼지찌개집 사장님을 보면 김춘옥 사장님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백종원이 찾아가면 항상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말하는 모습과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면서도 또 손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주관(이를테면 식재료를 최고 좋게 쓰고 양을 많이 넣는 것 같은)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 같은 것이 그 음식 맛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물론 식당에서 벌어지는 솔루션의 과정은 모두 리얼이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송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방송이 아니라면 단 몇 주 만에 그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게 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출연자들도 이런 방송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것인가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제 아무리 솜씨가 좋고 자신감이 넘쳐도 방송에 나가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면 자칫 역효과만 커질 수도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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