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천재 참가자들만으로도 이미 협연이 기대되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 예능]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고 식상하다 여길 것이다. 그래서 이미 <슈퍼스타K>나 <케이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Mnet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구성과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사실 이런 시기에 시청자들에게 ‘귀호강 오디션’의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 JTBC <팬텀싱어>다. 시즌2까지 나온 <팬텀싱어>는 지금껏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음악적으로는 그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성악, 뮤지컬 같은 장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중창단을 꾸려 이른바 ‘크로스오버’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마법 같은 과정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 오디션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면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하모니’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의 자극보다는 조화의 감동을 선사했다.



새롭게 금요일 밤에 포진한 JTBC <슈퍼밴드>는 그 <팬텀싱어>의 밴드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제작진이 <팬텀싱어>를 만든 이들이고, 심사위원으로 앉은 윤종신이나 윤상은 <팬텀싱어>에서 성악에서부터 재즈, 팝, 뮤지컬까지 두루두루 갖춘 식견으로 이들을 어떻게 조합해내 더 아름다운 크로스오버 중창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던 이들이다. 물론 밴드 오디션에 맞춰 넬의 김종완이나 린킨파크를 프로듀싱한 조한이 참여했지만.

구성도 비슷하다.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개인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에 맞춰져 있는 반면,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는 모두 중창단과 밴드를 만드는 이른바 ‘단체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팀 구성’에 더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들은 놀라운 연주자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보이면 자신이 떨어질까봐 긴장하기 보다는 그 인물과 함께 음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지며 바라보게 된다. 이 점은 <슈퍼밴드>가 가진 여타의 오디션들과의 확연한 차별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출연자들이다. 실력의 편차가 너무 많이 나거나 하게 되면 ‘팀 구성’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자칫 ‘배제’의 분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애초에 가질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간 이런 다양한 장르의 악기 연주자들과 보컬들을 위한 오디션이 없어서인지 <슈퍼밴드>에는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가진 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첫 회에 기타 천재로 소개된 이강호와 김영소의 무대는 <슈퍼밴드>의 참가자들의 기량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잘 보여줬다. 핑거스타일로 마치 마이클 헤지스의 기타 연주를 듣는 듯한 테크닉을 보여준 이강호가 그렇고, 훨씬 감성적인 기타 연주로 모두를 귀 기울이게 만든 김영소가 그렇다. 김영소는 연주 중간에 카포를 바꿔 전조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줘 윤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의 연주가 자작곡이라는 건 이들의 수준이 이미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의 위치에 올라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두드리는 것이라면 뭐든 연주해낼 것 같은 타악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정솔의 무대나, 영화 <인터스텔라> OST 연주에 노래 실력까지 들려줘 모두를 집중시킨 독일에서 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나우, 애드 시런의 ‘Shape of you’를 바이올린 연주로 편곡한 곡을 들려주고 랩실력까지 보여줘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벤지, 컴퓨터로 음원을 채집하고 믹싱해 심지어 조이스틱으로도 게임하듯 음악을 들려준 방구석 아티스트 디폴, 10대지만 놀라운 기량의 속주를 보여준 또 한 명의 천재 기타리스트 임형빈.... 한 명 한 명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슈퍼밴드>에는 천재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건 다양한 악기들이 주는 매력을 천재 아티스트들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유튜브에서 이미 완소 드러머로 이름난 강경윤을 통해 알게 되는 드럼의 맛이나, 백반증을 갖고 있어 눈썹까지 하얀 이종훈이 보여준 이보다 멋일 수 없는 베이스의 맛이 그렇다. 여기에 독특한 색깔을 가진 레트로 소울킹 김지범이나 자연을 느끼게 만드는 노래와 음색의 홍이삭, 목소리만으로도 빠져들게 만드는 기프트 같은 보컬들이 어우러지니 앞으로 이들이 꾸려낼 상상불가의 연주와 노래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등을 통해 밴드에 대한 관심도 꽤 높아져 있는 상황에 <슈퍼밴드>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반갑고 그 기대 또한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편견을 과감히 깨버릴 수 있었던 건 첫째, 악기 연주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둘째, 이들의 경쟁이 아니라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오디션의 피로감을 힐링으로 바꿔주며 셋째, 어떤 무대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기대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지친 귀가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슈퍼밴드>로 금요일 밤이 기다려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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