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에 대한 기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미국사람들에게 짜장면이 먹힐지 궁금하긴 하다.” 이연복 셰프의 이 한마디는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세 번째 시즌의 출발선이었다. 과연 미국에서도 우리네 짜장면과 탕수육이 통할까? 한국식 태국 음식이 태국에서 통할지, 한국식 중식이 중국 사람들한테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직접 건너가서 해보던 기획은 ‘이연복 확장판’이란 이름을 붙인 것처럼 이연복이라는 대가를 만나면서 방향을 바꿨다.

중국인들을 상대로 이연복 셰프가 한국식 중식을 판매하면서 대박이 난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는 몇 가지 재미 요소가 중첩되어 있다. 첫 번째는 매우 일상적인 호기심 해소다. 우리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와 같아서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우리의 문화나 유산에 큰 자부심을 느끼도록 배워왔다. 우리 일상 문화와 직결된 한류와 한식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손님들의 리액션과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먹을거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는 데서 오는 근원적인 재미가 있다.



서양에선 ‘검은 음식은 잘 안 먹는다’ 등과 같은 속설을 넘어서서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까지 짜장면이 좋은 반응을 얻는 글로벌한 가능성을 가진 메뉴라는 것은 이연복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신기해 할만했다. 그리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해진다. 일종의 문화적 자부심과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먹힐까?>의 매력은 이른바 국가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넘어선다. 마치 ‘지구촌 오늘’처럼 음식을 통해 현지의 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여행예능이나 먹방과는 결이 다른 이 시리즈만의 장점이다.



특히 첫 번째 장사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요식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채식주의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에는 워낙 채식주의자가 워낙 많다보니 육류, 해물, 달걀 등을 전부 먹지 않는 손님들의 주문을 반영해 치킨스톡과 술 소스 대신 튀긴 두부를 넣은 ‘비건’ 버전 짜장과 오징어를 뺀 짜장을 만들어냈다. 이연복 셰프가 돌발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해내는지도 재미요소였지만 현지의 사정을 분위기 속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책이나 뉴스로 보는 것과 또 다른 견문을 넓히는 재미다.

두 번째는 이연복이란 쿡방 콘텐츠다. 손님들의 반응과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능숙하게 웍을 돌리는 손길을 보고 있자면 군침이 입안에서 마구 돈다. 지금은 본인 가게 메뉴에서 제외해 맛볼 기회가 없는 전설의 ‘복만두’를 빗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백종원표와는 또다른 볶음밥을 만드는 방식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들어가는 재료는 물론이고 익반죽,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비율, 각 요리과정에서의 포인트 등을 친절하게 짚어주는데 요리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에겐 학구열에 불타는 에릭처럼 까치발을 들고서라도 보고 싶은 쿡방이 주는 매력이 있다. 오늘날 예능에서 자신만의 콘텐츠가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지, 기획의 기회가 되는지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장사의 재미다. 어느덧 연예인들의 팝업샵 운영기는 이제 하나의 확고한 로망으로 자리했다. 지난 시즌 홀에서 이번 시즌에는 주방으로 입성한 허경환도 있고, <삼시세끼>를 통해 자신만의 요리 콘텐츠를 선보인 에릭도 활약 중이지만 세련된 매너와 유창한 영어, 매장과 주방의 속도를 지휘하는 존박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중국편이 어색함과 불통의 재미가 있었다면, 미국편은 정반대로 프로페셔널한 서빙이 주는 재미와 속시원함은 물론 어학 차원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존박이 단무지를 레몬인 줄 알고 차에 넣어 먹는 손님부터 한국인으로서 남북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형학적 정세까지 묻는 손님들에게 응대하고 설명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입지가 리셋된 공간에서 장사를 한다는 낯선 흥분이나, 한국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인 만큼 낯선 음식을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이 팔 수 있을까 등의 매출 압박과 긴장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성공이 누적되면서) 사실상 낮아졌다. 그래서 제작진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다양한 퀘스트를 만들어서 다각적인 성과를 보여주려고 한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짜장면이 미국에서 얼마나 잘 팔릴까보다 더 궁금한 이슈를 안고 출발했다. 가장 이목이 쏠린 부분은 정준영을 얼마나 지워냈을까다. 해외 로케이션이라 운신의 폭이 제한된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니 더 흥미진진했다. tvN이 유독 이런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생기는데, 그래서 그런지 CG와 편집을 통해 출연자 한 명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어색한 장면을 찾거나 그의 흔적이 어딘가 있을지 지켜보려는 악취미는 사실상 이번 시리즈가 첫 회부터 많은 이슈 속에 전작보다 높은 시청률로 출발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였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감탄을 자아내는 깔끔한 편집술은 농담 조금 섞자면 고도화된 우리 예능의 촬영 물량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안 그래도 다층적인 재미를 가진 예능인데, 몸에는 나쁘지만 자극적인 맛까지 더해져 관심을 끄는 데까진 성공했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세 번째 시즌에 해당하는 미국편은 지난 1시즌과 2시즌의 차이와 달리 중국 편에 이은 확장판이다. 다시 말해 현지에 현지음식 갖고 가는 콘셉트보다 더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이연복의 캐릭터를 콘텐츠로 삼았다. 기획의 방향을 바꿀 만큼, 이연복 콘텐츠가 지속가능한 재미를 갖춘 브랜드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미식 도시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유의미한 성적표를 가져올 것이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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