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여행예능 ‘짠내투어’, 캐릭터 재구성 가능한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짠내투어>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예능인 동시에 캐릭터쇼다. 비교적 부유하고 주변 도움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사회초년생 수준의 경비(1인당 하루 10만원 내외)와 접근가능성을 고려해 직접 여행스케줄(방송일정)을 세운다는 것이 기획 포인트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며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홀로서기 한 박명수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게스트로 출연한 하니에게 추우니까 설명 그만하라고 직언할 정도로 욕망과 감정에 솔직한 큰형 역할을 한다. 전성기를 맞이한 박나래는 어디를 가나 그 누구와도 조화를 이루는 캔버스 역할을 해왔다. 박명수와는 티격태격하고, 정준영한테는 늘 끌려 다니는 등, 다양한 관계도를 만들면서 가족적인 분위기와 끈끈함을 만들어낸다. 중간에 합류한 허경환과 문세윤도 개그맨 출신이란 확실한 신분과 익숙한 캐릭터를 반영해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왔다. 이처럼 캐릭터의 관계망이 빚어내는 스토리로 인해 여행의 설렘뿐 아니라 예능차원의 재미와 완성도 또한 높은 여행예능으로 사랑받았다.



그런데 햇수로 3년째 접어든 요즘 <짠내투어>는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방송을 보면 카파도키아의 멋진 풍광, 박명수가 촬영 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고 말한 터키 농가 레스토랑에서의 아침식사 등 여행예능 차원의 볼거리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얼함, 출연자들끼리의 합과 경쟁 같은 예능 차원의 재미는 많이 옅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던진 불미스런 일들로 중요 출연자들이 방송가에서 퇴출되고 있는데다, 캐릭터쇼에 정체가 온 순간부터 게스트에 많은 부분 의존하다보니 설계자로의 성장이나 출연자들 사이의 관계가 발전되는 그림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최근 박나래가 스케줄상의 문제로 하차하면서(혹은 탈출하면서), 실제로 함께 여행을 한다는 자연스러움과 친근함은 줄어들고, 누군가의 여행을 따라가서 지켜보는 듯한 재미는 반감됐다. 캐릭터쇼와 여행예능이 결합되어 특별했던 <짠내투어>는 여행 소개에 방점이 찍힌 <배틀트립>과 별 차이 없는 평범한 여행 예능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짠내투어>를 둘러싼 가장 큰 재미와 화제는 어떤 설계자가 이기는가나, 여행의 설렘 등이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자막, 사진, 족자, CG 등으로 어떻게 도려냈는지 처절한 편집을 찾아보는 짠내에 있다.

김생민과 정준영 등 원년멤버 중 두 명이 성추문과 성범죄로 하차했고, 빚투 열풍의 주인공 마이크로닷과 버닝썬의 승리는 게스트로 거쳐 갔다. 특히 승리는 이곳에서도 그릇된 성인지감수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선사한 바 있다. 게다가 출연자들과 각기 다른 콘셉트로 어울리며 <짠내투어>의 캐릭터쇼를 담당하던 박나래가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함께한다는 분위기는 급속도로 사라졌다. 원년 멤버 중에는 이제 기획자였던 손창우 PD가 가장 피하고 싶은 설계자 박명수만이 남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버텨오고 유지해온 것만으로도 이미 굉장한 매력을 인증한 셈이다.

전성기 <짠내투어>를 보면 함께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친근함은 갈수록 옅어지고 그러는 사이 재미, 볼거리, 갈등의 주조 방식은 별다른 변주 없이 반복되고 있다. 벌점제도 등등을 보완하고 있지만 여행지의 볼거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매주 기대하게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법이다. 여행의 로망과 볼거리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도 다음 주를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는 예능차원의 스토리텔링이다. 이 부분이 여행다큐와 여행예능의 결정적인 차이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지상렬과 김동현이 들어와 많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패기를 보여주겠다며 아침식사부터 예산을 계산하지 않고 투자하는 등 지상렬과 박명수는 오랜 관계에서 묻어나는 농으로 긴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게스트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방식은, 단기적인 흥미나 관심을 넘어선 함께 여행하는 커뮤니티의 재건과는 거리가 멀다.

<짠내투어>는 가성비갑, 리얼 여행을 표방했지만 현실은 본의 아니게 화면에서 사람을 지우는 예능 스토리텔링의 새 장을 열었다. 과연 김생민 하차란 산을 넘은 것처럼 앞에 놓인 산맥 또한 넘어갈 수 있을까. 이 짠내 나는 궁금증이 엎친데 덮친격에 빠진 <짠내투어>의 관전 포인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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