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진 PD가 ‘유퀴즈’를 ‘볼매’라 한 까닭
‘유퀴즈’, 공간보다 인간, 퀴즈보다 삶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이 프로그램은 볼매(볼수록 매력)가 아닌가. 처음에 볼 때는 뭔가 ‘아 퀴즈를 하는 프로그램이구나’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을 하게 되지만 세 번 네 번 보고 ‘아 참 한국에는 말 잘하는 분도 많고 되게 좋은 사연 가진 분들도 많구나’ 그래서 나중에는 퀴즈도 퀴즈지만 사람 얘기에 집중하게 되는 게 있어서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놀이공원에서 이뤄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드론 촬영을 도와주러 왔다가 ‘이번 주 화제의 인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유호진 PD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짧은 정리였지만 이 호평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차별성과 향후 나아가야할 길까지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었다.



이 날 촬영지가 ‘놀이공원’이라는 점은 유호진 PD가 말한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차별성을 잘 보여준 면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길거리 토크’라고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를테면 JTBC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이 그렇다. 하지만 이번 촬영지가 놀이공원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한끼줍쇼>와는 다른 관전 포인트를 갖고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다. <한끼줍쇼>가 어느 지역의 동네 골목이 갖는 공간성이 중요한 포인트라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느 동네나 골목이 아니라도 놀이공원처럼 그 공간에 있는(주민만이 아니라 방문자나 일하는 분까지) 사람에 더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 날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놀이공원 개장시간 이전에 그곳에서 10년 째 정원 가꾸는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나기도 했고, 개장과 함께 들어온 손님 중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오랜만에 친구와 그 곳을 찾은 엄마들을 만나기도 했다. 꽃 가꾸는 일을 해오고 있어 늘 기분 좋다는 아주머니들과, 육아에 지쳐 오랜만에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진 친구들의 유쾌하지만 공감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볼매’라는 유호진 PD의 말 그대로였다.



그곳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똑 닮은 엄마들이 보여주는 엉뚱하지만 즐거운 대화들과, “누군가의 기분 좋은 기억에 자신이 들어 있어 기분이 좋다”지만 역시 직장인이면 어쩔 수 없는 ‘퇴근 시간’에 대한 기다림을 드러내 웃음을 준 티켓 부스에서 일하는 직원분과의 대화는 흥미롭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찾는 놀이공원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돋보이진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놀이공원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덧붙여진 자막이 공감 간다.

판다를 사육하는 사육사 분은 “얼마 안됐다”며 “32년 차”라고 말해 ‘회식 때 하는 멘트’를 하시지만 아기 판다를 보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그 직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15년이 지났는데도 복덩이라 불리던 오랑우탄이 잊히지 않는다며 동물들이 주는 많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아저씨의 말에서는 한 직업이 갖는 숭고함 같은 것까지 느껴진다.



유호진 PD는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안 해봤던 걸 하고 싶다는 욕심 반”이라며 나영석 PD와 만났던 이야기를 해줬다. 나영석 PD는 “네가 제일 잘 하는 게 뭔지 고민을 해보고 본인이 제일 잘 하는 것에 10%나 20%의 새로운 가능성을 덧붙이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나영석 PD의 이 조언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과 유재석에게도 허투루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유재석도 조세호도 가장 잘 하는 캐릭터 플레이와 토크라는 어딘지 익숙해 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 그 새로운 가능성은 다름 아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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