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의 시청률과 ‘슈퍼밴드’의 방향성, 당신의 선택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누가 뭐래도 TV조선 <미스트롯>이 거둔 18.1%(닐슨 코리아)라는 시청률 수치는 부정할 수 없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지금껏 종편 프로그램들이 단 한 번도 넘기지 못한 수치인데다, 무엇보다 TV조선이라는 채널이 지금껏 이만큼의 대중적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TV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SBS에서 <동상이몽>을 연출했던 서혜진 PD의 영입은 한 마디로 ‘신의 한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아내의 맛>, <연애의 맛>으로 조금씩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알리는 히트를 치기 시작하더니 결국 <미스트롯>으로 홈런을 쳤다.

TV조선으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성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과연 이런 방향성이 괜찮을까 하는 의문은 분명히 남는다. <미스트롯>은 시작부터 미스코리아 콘셉트가 가진 시대 역행의 프로그램 이미지와 오디션 형식에 걸맞지 않는 심사위원 구성 문제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런 방송콘셉트가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최종 우승자들도 진선미로 뽑혀 미스코리아 콘셉트의 일관성을 추구했던 <미스트롯>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물론 이런 콘셉트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TV조선의 시청층들에게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젊은 트로트’를 강조해도 결국은 트로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TV조선의 이런 선택은 의도된 면이 분명히 있다고까지 여겨진다.

중요한 건 최근의 달라진 음악 프로그램들의 방향성 속에서 <미스트롯> 같은 과거의 경쟁구도와 사연 스토리텔링 기반의 오디션이 좀 더 보편적인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이런 노이즈까지 더해져 시청률은 더 높아졌지만, 그런 역행하는 방향성이 바람직하다 보기는 어렵다.



최근 새로 시작한 Mnet <프로듀스X101>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에 했던 시즌1이 아이오아이를 발굴해내며 화제가 됐고, 2017년에 방영한 시즌2가 워너원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주목받았지만 이런 흐름이 이번 <프로듀스X101>에도 계속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출연자의 ‘인성 논란’이 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을 향해 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그 오디션의 경쟁적 상황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그다지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미스트롯>이나 <프로듀스X101>은 그래서 마치 이제 오디션 트렌드가 사라진 예능판에 나타난 음악 오디션의 퇴행 같은 느낌을 준다. 여전히 그들은 경쟁하고, 땀 흘리며 눈물 흘리고 그들 앞에는 독설하는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다. 이제는 어딘가 피로감이 느껴지는 풍경이 아닌가.



반면 JTBC <슈퍼밴드> 같은 프로그램은 오디션 형식을 차용하고는 있지만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무대에 나온 이들과 경쟁해 이겨야 한다기보다는 함께 맞춰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지는 출연자들을 볼 때면, 이것이 진정한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오디션이라는 형식은 음악을 새롭게 듣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과연 여러분들은 어떤 방향성이 이 시대에 진정한 음악을 듣게 해주는가. 음악조차 순위 순으로 듣던 시대에서 이제는 저마다의 취향으로 듣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요즘, 줄 세우기하는 오디션 형식은 어딘지 불편한 지점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Mnet,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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