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 엄마의 그 맛이 소환해내는 기억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째서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의 음식 대접에는 맛 그 이상의 훈훈함이 담길까. <수미네 반찬>이 이번에는 외국이 아닌 서울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대접하는 자리를 만든 것. 자식들이 보낸 사연으로 뽑힌 가족들은 김수미와 어벤져스급 셰프 군단들이 정성껏 준비한 밥 한 끼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은퇴한 후 어머니 눈치를 보시며 식사를 하신다는 아버지를 위해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해드리고 싶었다는 딸과, 손주를 돌보느라 힘겨운 장모님을 위해 사연을 보낸 사위, 35년 간 생선 장사를 해서 뒷바라지를 해오느라 정작 당신은 제대로 음식 대접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엄마를 위해 신청한 딸... 저마다 사연을 가진 가족들이 둘러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

사실 너무 많은 가족들이 등장해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그 사연이 무엇이든 또 어떤 가족이든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저 맛나게 음식을 드시는 것만 봐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건, 그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그 풍경만으로도 누구나 공감하는 따뜻함이 있어서다.



35년 간 생선 장사를 해오셨다는 어머니는 그렇게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고 좋아하셨고, 어머니 눈치를 보며 식사하신다는 아버지도 어머니가 챙겨주는 음식을 받아 드시며 화기애애한 애정을 드러냈다.

중간에 깜짝 등장한 송해 선생님과 가수 유지나의 무대는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기에도 충분했다. 47세에 먼저 떠나신 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 유지나는 대신 송해 선생님에게 그 아버지 자리를 요청했다는 것.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송해 선생님과 유지나의 듀엣 무대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새삼스러워 듣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진짜 부녀지간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딸이라는 그 위치에서 부르는 그 노래는 부녀 간의 마음을 나누기에 이미 충분했다.

취준생이라는 아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식사자리에 온 어머니는 너무 놀라 소녀처럼 즐거워하셨고, 부모님을 대신해 키워준 조부모와 고모를 위한 식탁에는 행복이 넘쳐흘렀다. 음식이 내 입에 맞는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어머니의 맛”이라고 <수미네 반찬>을 표현한 고모님의 이야기는 어째서 이런 이벤트가 미각만이 아닌 마음까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가를 잘 말해줬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식사자리, 묵묵히 밥만 챙겨먹으며 있는 부녀의 사연은 음식이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소환장치라는 걸 보여줬다. 암 투병을 하다 먼저 세상을 등지셨다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위해 <수미네 반찬>을 보며 자주 끓여줬다는 콩나물탕. 스페셜 메뉴로 딸이 요구해 나온 그 콩나물탕 앞에서 아버지와 딸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콩나물탕이지만 그 음식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의 마음과 기억들이 담겨져 있었으니 말이다.

<수미네 반찬>은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반찬가게를 여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한 바 있다. 그 때마다 그 이벤트가 그저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식의 맛 그 이상일 수 있었던 건, 김수미표 음식대접이 떠올리게 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기억은 일본이나 미국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여기 사는 누구나 갖는 마음일 게다. 이것이 <수미네 반찬>이 여타의 음식 프로그램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어떤 마음과 정서 같은 것이 음식으로 공유되는 어떤 지점이 주는 따뜻함.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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