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게 공포, ‘골목식당’ 여수편의 위생불량 가게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난 회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예고편에 백종원이 분노한 목소리로 “이런 집 출연시키면 안돼요”라고 한 이유는 당연했다. 문제의 가게는 여수 꿈뜨락몰의 꼬치집. 겉보기에는 잘 정리정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백종원의 경험치는 그것이 일종의 위장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보게 했다. “촬영에 대비를 했다”는 것.

실제로 꼬치를 굽는 판을 들어내고 안을 보자 양념이 떨어져 굳어진 것들이 마치 화석처럼 끄집어내졌다. 방송을 찍는다고 눈에 보이는 데는 청소를 했지만, 그 안에는 꼬치집 사장이 그간 잘 해오지 않았던 ‘기본적인 청소 습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

백종원은 쓰레기통에 가득 채워져 있는 쓰레기들을 헤집어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이 정도의 쓰레기가 있다는 건 치우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 안에는 파리가 날라 다녔고 썩는 냄새가 났다. 냉장고 안도 상황은 심각했다. 수제꼬치집이라고 간판은 해놨지만 꼬치도 양념도 기성품을 쓰고 있었고,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꼬치들은 변색되어 있었다. 돈 주고 사먹은 손님들이 그 꼬치가 저런 상태의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백종원은 위생상태 불량과 청소를 제 때 하지 않는 기본이 없는 정신상태와 더불어 ‘속이려 했다’는 것에 더 분노했다. 촬영 온다고 청소한 ‘눈 가리고 아옹’한 그 모습을 발견한 것. 백종원이 심지어 “가증스럽다”, “영악하다”고까지 말한 건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결국 음식을 먹어보는 것조차 포기한 백종원은 꼬치집 사장을 불러 무엇이 문제인가를 하나하나 짚었다. 사장은 친구와 2년 간 푸드 트럭에서 닭꼬치를 팔았다고 했지만 기본 자체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다. 그런 집에서 2년 간 꼬치를 사먹은 손님들은 또 뭐가 될까.

시종일관 놀란 얼굴을 하며 “이런 거 방송에 나가도 되냐”고 묻는 정인선의 말처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심지어 ‘보는 게 공포’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저런 푸드 코트나 푸드 트럭 음식을 사먹을 때 어쩌면 이 그림들이 떠오를 수도 있었다.



정도는 약했지만 백종원이 처음 들어갔던 다코야끼집도 위생상태는 역시 좋지 않았다. 반죽에 드릴을 사용하는데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돌려 그 조각이 갈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반죽을 만들고, 다코야끼 굽는 판도 닦아내지 않고 바로 요리해 위생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위생상태가 좋았던 집은 수제버거집이었다. 프랜차이즈에서 일해 본 경력을 가진 수제버거집 사장님은 그래도 기본을 갖고 있었지만, 버거의 맛은 여수까지 와서 찾아와 먹을 맛은 아니라고 평가됐다.

사실 수제버거집 정도는 되어야 방송에 출연하고 그만한 솔루션을 받을 자격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꼬치집 같은 경우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편함을 줄 수 있었다. ‘출연 불가’를 말할 정도로. 그렇지만 과연 이 집이 이대로 출연 불가가 될까. 절대 그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장면이 나오게 된 것까지 출연은 계속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 수 있는 빌런에서 개과천선하는 모습으로.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올린 패턴 그대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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