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2’, 일일드라마보다 못한 시트콤이라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비록 시청률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1은 나름 의미 있는 청춘시트콤이었다. 비단 <와이키키1>이 기존의 대학 하숙집을 배경으로 했던 청춘시트콤과 달리 게스트하우스 운영 청년들을 배경으로 해서만은 아니었다. <와이키키1>은 1990년대와 2천년대 히트한 청춘시트콤과 다른 특유의 하이퀄리티 병맛 유머코드와 그에 어울리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와이키키1>은 영화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를 레퍼런스 삼아 미혼모 한윤아(정인선)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몰래 와이키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작부터 다른 청춘시트콤과 다른 향 냄새를 풍겼던 이야기는 회차를 거듭하면서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연결해 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와이키키1>은 강동구(김정현), 이준기(이이경), 봉두식(손승원)의 각기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유머코드가 각각 달랐다. 강동구는 특유의 까다롭고 ‘츤데레’한 성격 때문에 뭔가를 숨기려다 점점 일이 커지는 사건들이 다수였다. 봉두식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수습할 수 없는 사건들에 깊이 연루된다. 무명배우로 등장했던 이준기는 극 초반부터 다양한 분장쇼를 선보이면서 코믹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이경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여성 캐릭터들 또한 청춘시트콤의 빤한 순정파, 공주파, 발랄파가 아니었다. 매일 면도해야 하는 강서진(고원희)이나 시트콤 내에서 가장 욱하는 성격을 보여줬던 전직 쇼핑몰모델 민수아(이주우)는 <와이키키1>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시즌2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시즌1에 비해 아쉬움이 많다.



우선 <와이키키2>는 이준기 외에 새 얼굴인 차우식(김선호)과 국기봉(신현수)을 내세웠다. 까칠남, 소심남이었던 전직 주인공들과 달리 이들은 작곡가와 운동선수로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새 배우로 교체됐다고 이야기까지 새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와이키키2>는 세 고교동창이 첫사랑 한수연(문가영)을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자들의 고교시절 첫사랑과의 재회라니, 이보다 더 식상한 시작이 있을까?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와이키키2>는 1990년대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시리즈 등에서 유행한 로맨스 코드로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무리수를 둔다.

그렇다고 로맨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필력 좋은 남고 고교생이 쓴 로맨스 같은 느낌의 흐름이었다. 그런 로맨스에 감동할 만한 시청자 요즘, 별로 없다. 거기에 종종 시즌1에서 보여준 병맛 유머코드를 섞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신선했던 시즌1의 유머는 시즌2에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자 그냥 모든 사건 진행이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와이키키2>는 어쩌다 한 번 웃기긴 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거나 인물들 하나하나를 애정하게 만드는 시트콤은 아니었다. 차라리 유튜브의 웃긴 영상을 보고 말지, 이 빤하디 빤한 로맨스 코미디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준기를 제외한 차우식과 국기봉은 남자의 첫사랑 로맨스나 무식한 남자의 황당 사건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준기 역시 시즌1에 비해 1차원적인 유머를 남발하는 캐릭터로 변질되기도 했다. 시즌1의 이준기는 좀 과하게 특이한 애였지, 여자친구 얼굴에 방귀나 뿡뿡 뿜어대는 유치하고 더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또한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주가 되다 보니,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김정은(안소희)이나 차유리(김예원), 한수연이 보여주는 캐릭터 역시 청춘시트콤에서 흔히 반복되는 캐릭터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렸다. 털털하거나, 나쁜 누나거나, 여성스러운 매력의 첫사랑이거나. 젊고 신선해야 할 시트콤이 무언가 아침드라마나 일일드라마 같은 전형적인 패턴의 연결고리로 채워져 버린 것이다. 아니다, <와이키키2>는 솔직히 막장 일일드라마 같은 흡인력도 없었다.

결국 이럴 바에야 왜 <와이키키2>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차라리 유쾌하고 신선했던 <와이키키1>의 재미를 추억으로 남기는 게 낫지.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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