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먹3’, 이연복이 보여주는 한식보단 한국식의 가능성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건 한식이라기보다는 한국식(코리안 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가 지난 시즌에 중국에서 짜장면과 깐풍기를 팔았듯, 이번 시즌에서는 미국에서 치킨에 이어 핫도그를 팔고 있다. 그런데 그 반응들이 흥미롭다. 단지 ‘맛있냐. 맛이 없냐’는 차원의 흥미로움이 아니라, 이 음식들을 현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대한 흥미로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백과사전을 들여다보면 치킨은 프라이드치킨의 줄임말로 18-19세기 미국남부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돼지나 소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닭을 요리해 먹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닭튀김은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에 전해진 스코틀랜드 전통요리’다. 이 닭튀김은 별 양념 없는 요리였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여기에 조미료와 향신료를 첨가해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었다는 것. 물론 훨씬 대중적인 이름이 알려진 건 커넬 샌더스가 개발한 양념으로 탄생한 KFC지만.



하지만 우리는 물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치킨이 유입되긴 했지만, 1970년대 식용유가 양산되면서 치킨이 본격화됐고 이미 1980년대 양념치킨이 등장했다. KFC가 1984년에 들어와 성행했지만, 최근까지 무수히 많은 치킨의 실험(?)이 이뤄지면서 한국 스타일의 치킨이 완성됐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연복이 내놓은 양념치킨과 간장치킨(이건 사실 깐풍기에 가깝지만) 같은 치킨은 그래서 한식이라기보다는 한국식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인들도 이 치킨을 ‘코리안 스타일 치킨’으로 받아들인다. 치킨이지만 무언가 좀 더 바삭하고 거기에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단짠 혹은 매콤달콤한 소스가 얹어져 그들이 먹던 치킨과는 사뭇 다른 맛을 내는 음식.



에릭이 만들어 놀이공원에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식 핫도그도 마찬가지다. 본래 핫도그는 비엔나프랑크 소시지를 사용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독일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소시지만 먹던 방식이었는데 뜨거워 이를 싸는 빵을 더해 핫도그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식의 핫도그는 옥수수가루 반죽으로 만든 콘도그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로의 진화를 겪었다. 마치 치킨이 진화하듯 한국식 핫도그도 비슷한 진화를 겪었던 것.

미국으로부터 전파되어 온 음식이지만 거기에 한국식의 맛들이 개발되고 더해져서 만들어진 한국식 핫도그에 미국인들이 흥미를 느끼는 건 그것이 익숙하지만 색다른 조합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미국인들이 그 맛이 “흥미롭다”고 표현하는 건 그래서일 게다. 바삭한 식감이 더해진데다 케찹, 머스타드에 설탕까지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 있으니.



<현지에서 먹힐까>는 프로그램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 형식 때문에 국적을 뛰어넘어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어떤 지점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만든다. 물론 독특한 그 나라만의 음식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고 또 중요한 일이지만, 이미 글로벌한 환경 속에서 음식의 국적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누가 원조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것이든 그 위에 저마다의 색깔을 더해 경쟁력 있는 어떤 걸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최근 들어 한류를 지칭하면서 앞에 K를 붙이는 일들이 부쩍 늘었다. K팝, K뷰티, K푸드, K패션 등등. 그런데 여기서 K는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것은 원조의 의미보다는 ‘코리안 스타일’이라는 우리식의 해석의 의미가 강하다. 이미 있었던 팝이고 화장품이고 음식이고 패션이지만 거기에서 우리식의 스타일이 더해져 독특한 색깔을 낸다는 것. <현지에서 먹힐까>는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코리안 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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