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MBC 드라마의 파격 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는 22일 첫 방영되는 수목드라마 <봄밤>은 MBC로서는 중대한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먼저 그 편성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9시에 방영한다. 9시 드라마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 약 40년 간을 유지해왔던 10시 드라마 편성시간을 바꾸게 된 것에 대해 MBC는 “노동시간 단축과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전략”이라고 했지만, 그것보다 더 신빙성 있는 이유는 아마도 훌쩍 성장해버린 비지상파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떠오르는 건 tvN과 JTBC가 선점해버린 월화수목 9시 30분 드라마 편성시간대다. 30분 앞당긴 드라마 편성시간은 그 드라마들이 힘을 발휘하면서 지상파를 위협했던 게 사실이다. 30분 일찍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 몰입으로 인해 10시 시작하는 지상파 드라마를 지나치게 만드는 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 MBC의 9시 드라마 편성은 비지상파보다 다시 30분을 앞당기는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상파 드라마들이 모두 10시에 편성되어 있어 비지상파의 9시 30분 시간대까지 겹쳐 놓으면 하루에 무려 다섯 편씩 등장하고 있는 현 상황도 이런 변화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속에서 웬만한 경쟁력으로는 그저 잊혀지는 콘텐츠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대를 바꿔놓으면 그런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지난 10년 간 뒷걸음질 치며 경쟁력이 약화되어 왔던 MBC 드라마로서는 더더욱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보인다.

하지만 새로 9시 드라마 편성에 안판석 감독의 <봄밤>을 세웠다는 건, 단지 수세적 의미만이 아니라 보다 공격적인 편성전략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걸 말해준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화제를 일으켰던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 그리고 배우 정해인이 다시금 의기투합하고 최근 <눈이 부시게>로 주목받은 한지민 또한 합류한 <봄밤>은 그 제작진과 출연자 면면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드는 작품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가을과 겨울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멜로라면, <봄밤>은 벚꽃 아래 서 있는 정해인의 미소가 담긴 포스터에 묻어나는 것처럼 설레는 봄의 정경이 멜로로 담길 예정이다. 도서관 사서와 약사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라는 지점은 이 작품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네 삶의 풍경을 사랑의 시선으로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건 <봄밤>이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다는 점이다. 물론 정규방송과 한 시간 시차를 두고 방영되지만, <봄밤>의 넷플릭스 방영은 지상파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지상파로서는 위협요소로 보고 있는 넷플릭스에 MBC가 동시 방영을 허용했다는 건 이제 지상파 역시 콘텐츠의 다양한 플랫폼 활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정규 방송 한 시간 후 넷플릭스 서비스라는 지점은, 10시대 지상파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시청자층과 지상파 본방을 보는 시청자층이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양자를 모두 선택하고 있는 현재의 과도기적 시청자들이라면 놓친 드라마를 10시에 넷플릭스로 보는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MBC의 <봄밤>을 통한 이런 파격 편성은 통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해지는 건 콘텐츠다. <봄밤>은 그런 점에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 또한 갖고 있는 작품이다. 여전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여운을 가진 시청자라면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너무 똑같은 제작진과 배우가 포진해 있어 비슷한 작품의 연속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가진 작품이다. 과연 어떨까. <봄밤>은 그 드라마의 성공으로 MBC의 파격적 편성 또한 전리품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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