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조여정 달리 보이게 만든 놀라운 복합감정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이 그리려 한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한 아이의 추락과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볼썽사나운 모습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버리는 현실을 마주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든 진실을 찾아내려는 추락한 아이 선호(남다름)의 가족이 그렇고, 뒤늦게 자기 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자책하고 반성하는 선생님이 그렇다. 물론 이들 또한 완벽하지 않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고, 때론 자식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기적인 선택 앞에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욕망들을 이겨내며 진실을 향해 나간다. 정의는 복수가 아니라 진실 규명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신념을 잃지 않는다.



선호가 깨어나고 다툼 끝에 학교 옥상에서 그를 떨어지게 만든 준석(서동현)과 이를 은폐하려 한 부모 서은주(조여정)가 벌금형 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에 강인하는 그것이 준석과 그 엄마가 평생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벌은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름으로써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 준석은 그래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아무나 붙잡고 자신을 때려 달라고 하고, 심지어 경찰서를 스스로 찾아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한다.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마도 <아름다운 세상>이 담으려 한 가장 큰 메시지는 그것이었을 게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 드라마에서 단연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선호나 그 부모가 아니라 오히려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의 죄를 덮으려 했던 지옥 속으로 빠져버리는 서은주다. 그는 순간적인 잘못된 선택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까지 그 지옥 속으로 빠뜨린다.



서은주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인간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그 얼굴은 계속 변화한다. 친구였던 강인하(추자현) 앞에서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때론 강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렇게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 인간으로서 무너져 내린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믿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자신 또한 섬뜩하게 느껴지는 준석을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한다.

선호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서은주의 교차하는 얼굴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가진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아이가 기적처럼 살아났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그 아이로 인해 자신의 자식이 곤경에 빠질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난감해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저지르게 되는 잘못들과 동시에 그러면서 느끼게 되는 양심의 가책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론 선을 넘는다. 그것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길인지도 모른 채.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은 조여정이라는 연기자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 참 다양한 역할들을 여러 작품을 통해 해온 연기자지만, 이번 작품만큼 그가 복합감정을 잘 표현하는 연기자라는 걸 보여준 작품이 있었던가. 티 없이 순진하게 보이기도 하는 얼굴이 순간 무표정으로 바뀔 때 섬뜩하게 느껴지고, 그 무서웠던 얼굴이 금세 무너지며 눈물을 쏟아낼 때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아름다운 세상>은 조여정이라는 연기자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탄탄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조여정이라는 연기자의 진가를 발견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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