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드러나는 죄, 연예계 대비책 세우지 않으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이번엔 잔나비 멤버 유영현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밴드 잔나비의 발목을 잡았다. 잔나비의 한 멤버에게 학교폭력을 당했고, 그 트라우마로 지금도 여전히 후유증을 갖고 있다는 게시자는 그가 잔나비의 멤버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심지어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위로와 위안은 그 멤버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고, 저런 이들이 ‘지역의 홍보대사’가 되었다는 사실과, 각종 공중파 방송과 광고, 음악페스티벌, 길거리, 카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고통과 악몽이 되었다고 했다. 심지어 2010년에 그 멤버를 만났다는 게시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친한 척하는 모습이 ‘위선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했다.

논란이 된 후 잔나비의 소속사는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그 해당인물이 유영현이라는 걸 확인한 후 그를 퇴출시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인기가 치솟았던 잔나비는 이 게시 글의 파장에 의해 단 하루 이틀 만에 추락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대중들이 그간 들어왔던 잔나비의 음악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결코 감미롭고 위로를 주는 음악으로 듣기는 어려울 게다. 대중들의 배신감은 그 애정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연예계는 이른바 ‘인성 논란’이라는 지뢰밭을 걷고 있는 중이다. 승리 사태에 이어 정준영 사태로 이어진 충격적인 인성 논란이 만든 파장을 떠올려 보라. 또 최근 Mnet <프로듀스X101>에서 첫 방송에 1위 의자에 앉은 연습생으로 주목받은 JYP엔터테인먼트 윤서빈의 학교폭력 논란의 후폭풍을 보라. 결국 그들이 맞게 된 건 퇴출이었다.



이제 과거와 달라서 언제 어디든 피해자들이 글을 올리고 이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 세상이다. ‘한 때의 실수’라 치부할지 몰라도,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고통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그것은 결국 한참을 지나서 다시 끄집어내질 수 있다. 그저 주목받지 않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일이 그다지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인물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오래 전 과거의 잘못이 갑자기 튀어나와 한 순간에 추락한 연예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성공의 문턱에서 논란을 겪게 됐다. 주목받는 만큼 피해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파장을 생각해보면 이제 연예계가 연예인들의 인성 문제에 대한 어떤 대비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라고 보인다. 그들 일부의 잘못들은 관련 프로그램부터 주변 인물들까지 줄줄이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만든다. 하지만 소속사들이 얘기하듯 이런 문제는 당사자가 숨기게 되면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애초 계약서를 쓸 때 이런 항목들을 미리 게시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예방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 소속사가 연예인과 계약을 할 때, 또 연예인이 방송사 등과 계약을 할 때 향후 이런 문제가 야기되어 피해가 될 시에는 그만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는 것이다. 이런 계약 조항이 들어가게 된다면 해당 사항이 있는 이들의 자정이 어느 정도는 이뤄지지 않을까.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연예계에 발을 딛는 이들이 이제 ‘언제든 죄에 대한 대가는 부메랑처럼 찾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다. 잔나비 사태는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이 너의 현재와 미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남을 아프게 한 과거를 가지고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깨우치면 좋겠어요.’ 연예계 종사자들이라면 이번 게시 글을 쓴 피해자의 이 말을 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페포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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