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관찰카메라는 도깨비 방망이? 혹 떼려다 혹 붙일 수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 공감] 잔나비 멤버 유영현에 대한 학교 폭력 논란과 함께 걸그룹 씨스타 출신 효린의 학교 폭력 가해자 의혹이 불거졌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가 올린 글에 의하면, 그는 “15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효린에게 3년 동안 끊임없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효린이 “상습적으로 옷과 현금을 빼앗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폭행했다”는 것.

처음 이 논란이 불거졌을 때 효린의 소속사 브리지는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피해자를 만나 해결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글이 삭제되자 소속사 측은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입장을 강경대응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런 발표 이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사자는 네이트 측에서 아이피를 차단시켰고 “만나서 연락하자더니 연락 없이 고소하겠다고 입장 변경했다”고 댓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효린 소속사측은 “댓글을 확인했다”며 추가입장은 없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사자가 추가로 폭로한 또 다른 피해자와의 카톡 대화 내용 공개는 효린 측의 주장에 점점 신빙성을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었다는 상황은 자칫 또 다른 추가 피해 폭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효린 측의 강경대응으로의 입장 변경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직 사실 확인이 확실히 된 사안이 아니라,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고, 사실 검증에 들어간다고 해도 15년 전 사안의 진실을 밝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불거진 것만으로도 대중들은 효린 측에 그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연예계에서 학교 폭력 논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SBS에서 방영됐던 <송포유>가 일진 미화 논란을 일으키며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고, <쇼 미더 머니>나 <고등래퍼>에서 일진 논란이 비화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프로듀스X101>에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윤서빈은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어 프로그램에서도 소속사에서도 퇴출된 바 있다.

이미 과거부터 조금씩 생겨난 학교 폭력 논란이지만 최근 들어 이 이슈가 뜨거워진 건 왜일까. 무엇보다 대중들의 반응들이 뜨거운 건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그 감수성 자체가 달라진 게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제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인물은 굳이 소비하고 싶지 않은 대중들의 달라진 태도가 그것이다. 상품을 구매하는데도 ‘착한 소비’가 있듯이 연예인들에 대한 호응 또한 일종의 ‘착한 소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여기에는 최근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일종의 증폭장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 시대를 연 프로그램은 그래서 더 큰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그만큼 더 많은 후폭풍과 논란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각종 논란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은 승리를 ‘승츠비’로 포장하기도 했고, 최근 논란이 됐던 잔나비 최정훈(최정훈 또한 부친의 김학의 전 차관 뇌물 연루설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효린 또한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최근 들어 연예인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이런 논란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논란이 터져 나오면 결국 그 연예인 관찰카메라에서 보였던 모습이 실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홍보 논란’을 항상 달고 다니는 건 그래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출연 연예인을 과장하거나 미화해 그만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혹여나 과거 그들과 연루된 불미스런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그 자체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무명의 연예인도 일약 스타로 만드는 도깨비 방망이가 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혹 떼러 갔다 혹을 붙이게 되는 사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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