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목소리 ‘보이스3’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OCN <보이스>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시즌제 드라마다. 시즌1의 주인공 장혁이 시즌2부터 이진욱으로 교체되긴 했지만 시즌3은 시즌2의 주조연 배우와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어간다. 마치 지난 시즌이 시즌3을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즌2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의문과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일본을 무대로 펼쳐진 1,2회는 지금까지 팬들이 꼽는 최고의 시즌인 시즌1을 넘어설 만큼 무겁고 무서운 충격의 에피소드였다.

시즌3은 지난 시즌 엔딩인 고시원 폭발 사고 이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함정에 빠진 강권주(이하나)가 폭발 사고를 당하며 큰 부상을 입었지만 그 사건 이후 실종된 도강우(이진욱)을 찾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재활에 성공한다. 골든타임팀도 지난 10개월간 팀장인 도강우 형사의 실종 사건 수사본부로 전환해 백방으로 수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경찰수뇌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안 그래도 출신성분이 꺼림칙하고 사건사고가 많은 직원인데 실종사건 수사가 진척 없이 지지부진하자 더 이상 수사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그즈음 일본 오사카에서 발생한 끔직한 살인 사건에 홀로 지난 시즌 빌런 방제수(권율)가 운영하던 ‘닥터 파브르’의 배후를 추적해온 도강우 형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이런저런 사건과 오해를 겪으며 다시금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방제수는 자신의 배후였으며 사이버 범죄 ‘다크 웹’ 배후의 초국가적 악의 카르텔 실질적인 주인이자 도강우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와이어슌’이 자신의 팀을 사냥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탈옥해 대립하는 한편 도강우에게 강한 분노를 표하는 묘한 구도를 형성한다. 그리고 강권주와 상사인 나 과장(유승목)은 이 사건에 도강우가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점점 짙게 품게 된다. 즉, 빌런과의 대결에 몰두했던 지난 시즌들과 달리 도강우의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스릴러, 호러물에 가깝게 변화했다.

물론, 6회 이주여성센터 인신매매사건이나 그루밍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긴박하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극의 흐름은 도강우의 비밀을 추적하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따라서 최고 악인 ‘와이어 슌’을 쫓는 과정은 늘 도강우의 실체 혹은 비밀에 대한 의문과 겹쳐지고, 1화와 2화의 범인처럼 알고 보니 도강우가 추적하는 ‘시크릿넷’의 실체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발판이 된다.



개별적인 사건 에피소드, 도강우가 자신의 비밀을 캐기 위한 집념어린 단독수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 동료의 추적과 빌런들과의 대결 등, 청각이란 소재를 개발시킨 단순한 수사물을 넘어섰다.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중첩시켜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이어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팽팽하면서도 풍요롭게 만든다. 단순한 선악의 대립으로 진행되지 않는 모호함이 주는 공포가 있다.

그러나 <보이스> 시리즈를 의심할 여지없는 수작이라고 뽑기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가장 먼저 연기 연출이 전반적으로 아쉽다. 스쳐 지나가는 악역들에 비해서 경찰 쪽 캐릭터들은 너무 과장되거나 평면적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짓는 어색한 표정과 발성, 과장된 동선이나 몸동작도 그렇고, 현장에 함께 출동한 다른 경찰들의 용모와 스타일, 역할, 대사톤 등도 너무 도식적이다. 게다가 상황실에 근무하는 박은수(손은서), 진서율(김우석) 요원을 제외하면 두드러진 능력도 없고 역할이 뚜렷하지 않아서 별다른 앙상블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갑자기 저 둘을 러브라인으로 묶는 것 또한 어색하다.



신고 사건들도 공교롭게도 골든타임팀 내부인물이나 주변인물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자주 나온다. 드라마에서 잦고 기막힌 우연이 반복되면 이를 흔히 막장이라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시즌2부터 반복되어온 지적이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을 보면 긴장 사이에 자리잡은 일정한 어색함이 배치되는 <보이스>만의 색깔인 듯싶다.

이제 시즌3도 반환점을 돌았다. 앞으로 도강우 미스터리에 대해 본격적인 접근이 이뤄질 전망이다. 몇 가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여전히 어떤 방향으로 전개가 진행될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하나가 연기하는 강권주와 이진욱의 도강우 캐릭터가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을 이어가면서도 서스펜스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보이스> 시리즈는 분명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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