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풍’, ‘열혈사제’ 잇는 패러디 풍자 드라마

[엔터미디어=정덕현] “매가 사람을 만든다.”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다 죽을 뻔한 아들을 보고는 각성한 구대길(오대환)이 그 공장의 실소유주인 국회의원 양인태(전국환)를 불러놓고 그렇게 말한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영화 <킹스맨>의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패러디다. 매너를 매로 바꿔 말하고 양인태에게 주먹질을 하는 구대길의 모습은 그 캐릭터와 딱 떨어지며 통쾌한 웃음을 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패러디 풍자에 푹 빠졌다. 구대길의 <킹스맨> 패러디는 그냥 등장한 게 아니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양인태가 동원한 ‘댓글조작’의 대가의 닉네임이 킹스맨이기 때문에 더해진 장면이기도 하다. <킹스맨> 패러디가 전면에 나와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가 풍자하려는 건 그런 표피적인 것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댓글조작’ 사건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킹스맨’은 ‘드루킹’ 사건에서 따온 닉네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최서라(송옥숙)라는 명성그룹 회장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각종 뉴스에서 보도되어 익숙한 갑질 사모님의 패러디를 선보인 바 있다. “내가 누군 줄 알아?”를 입에 달고 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사모님의 품격과는 전혀 달랐던 그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무엇보다 패러디 풍자가 흥미로운 건 양인태 의원이 실소유주로 있는 회사 선강 공장에 대해 “그래서 선강은 누구 겁니까”라고 묻는 대목이다. 이는 여러모로 MB 정부에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유행처럼 번져나간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선강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세탁되어 양인태 의원의 정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MB 정부의 다스 논쟁을 소재로 뒤틀어낸 풍자다.

그러고 보면 양인태 의원의 각종 비리장부들이 전부 숨겨져 있는 상도빌딩 지하 ‘세탁실’을 ‘저수지’라 부르는 대목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분’의 검은 돈을 추적하는 ‘악마 기자’ 주진우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아낸 <저수지 게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주진우 기자는 파도 파도 까도 까도 끝없는 검은 돈의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이러한 패러디를 통한 현실 풍자는 여러모로 이 작품이 SBS <열혈사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열혈사제>도 갑갑한 현실과 제대로 서지 않은 사법 정의의 문제를 드라마로 가져와 통쾌한 판타지 카타르시스를 주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도 패러디는 드라마를 보게 만들고 화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여기에 노동현실이라는 구체적 소재를 더함으로써 이러한 권력형 비리들이 노동자들의 현실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양인태 의원이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정치자금으로 세탁해 유용하고,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에 투입시키는 비리를 저지르고, 그것은 제대로 관리 감독 되지 않는 공장이 심지어 폭발하게 되는 사고로까지 이어진다. 벌어들인 돈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복지를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엉뚱한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각종 안전사고들.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우리네 사회에 대한 날선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들이 워낙 유쾌하게 구축되어 있고 그들이 벌이는 패러디들이 속 시원한 한 방을 주기 때문에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지만, 거기에는 남다른 현실인식이 번득인다. 아마도 이 부분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드라마가 점점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 또한 끌어올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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