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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 한국 성인영화 구세주 될까?
기사입력 :[ 2012-01-04 13:14 ]


- 조여정, ‘필승 카드’ 또 통할까?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은 40여편이다. 그중에서 비디오용으로 만들어진 에로티카를 제외하고, 에로스보다는 폭력성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성인물’을 표방한 극장용 영화는 5~6편 정도다. 그중에서도 독립영화 진영의 작품들을 제외한다면 본격적인 성인 영화는 ‘완벽한 파트너’ 한 작품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1년간 개봉되는 한국 영화 100여편 중 주류 영화사에서 만들어지는 성인 영화가 딱 한 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에로티카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극장용의 성인물은 1990년대를 맞이하면서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비디오용 성인물이 그 자리를 대체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인터넷에 떠도는 ‘야동’의 시대가 찾아왔다. 사실상 노출과 행위의 한계가 명확한 극장용 성인 영화가 여타 성인 컨텐츠와 경쟁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해에 한 편 정도는 흥행에 성공하는 성인물이 존재해왔다. 단순히 정사 신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뛰어났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영화들이 존재한다.

1999년작 ‘해피 엔드’는 전도연과 최민식의 열연으로 기억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호평받는 정지우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도입부와 전개부에 걸쳐 강렬하게 등장하는 러브신을 아직도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러브신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흥행도 큰 성공을 거뒀고 칸 영화제에도 출품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2003년 역시 전도연이 출연했고 배용준이 주연으로는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조선남녀상열지사-스캔들’ 역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런 주류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성인용 영화들은 연기자들의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좀처럼 쉽게 기획되기 힘들다. 그것이 바로 극장에서 성인용의 영화를 만나기 쉽지 않은 첫 번째 이유다.

최근으로 돌아와 보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화제가 된 극장용 성인 영화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현대물 성인 영화 ‘완벽한 파트너’가 있었다. 20대 신인 여배우와 관록을 자랑하는 40대 여배우의 노출과 성애 연기로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그 화제성에 비해 극장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등장했던 ‘사물의 비밀’ 역시 수위 높은 정사신에 포커스가 맞춰져 홍보됐지만 그 스타일 강하고 세련된 연출과 화면 구성에 비해 좋은 평가를 얻어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레드 카펫 노출’로 화제를 한 몸에 집중시켰던 오인혜의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역시 극장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1990년대의 컬트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연출과 난해함이 일반적인 관객들의 진입 장벽이 됐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주류 영화는 물론 독립 영화 진영의 영화들까지, 성애를 전면에 다룬 성인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서 쓴 맛을 보고 말았다. 과연 이제 극장용의 성인 영화는 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지난 성공의 사례들을 보면 극장용 성인 영화의 승부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극장용 성인 영화로 큰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는 2008년의 ‘미인도’와 2010년의 ‘방자전’을 들 수 있다. 두 편의 공통점은 일단 ‘사극’이라는 점에 있다. ‘사극’과 에로티카는 한국에서 필승 카드 중 하나다. ‘사극’의 주 관객 타겟이 30대 이상의 관객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연령대의 관객들은 인터넷 등 다른 성인용 컨텐츠를 손쉽게 만나는 인구가 20대 만큼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사극’이라는 장르적인 레테르는 적어도 ‘노골적인 성인용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죄책감으로부터 관객을 자유케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7년 개봉한 탕웨이 양조위 주연의 ‘색,계’는 성인용 해외 작품으로는 드물게 큰 관객몰이를 해낸 바 있다. 이 영화 역시 실제 정사 논쟁이 있었던 정사신으로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시대물이라는 점, 이안이라는 뛰어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양조위와 탕웨이의 우아한 연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역시 ‘관객들이 관람할 명분’이 섰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2012년 개봉 예정으로 현재 제작되고 있는 한국 영화들 중 성인용의 영화로 주목받을만한 작품으로는 ‘후궁:제왕의 첩’과 ‘은교’를 들 수 있다. ‘방자전’의 조여정이 전면에 나서 있고 뛰어난 젊은 연기자 김동욱과 스타일 강한 배우 김민준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오랫동안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줬던 ‘번지 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사극’과 ‘에로스’라는 필승의 카드는 물론 뛰어난 연출자와 검증된 배우,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포텐셜을 터뜨릴 젊은 배우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박범신의 원작 소설 ‘은교’를 영화화하는 박해일 주연의 영화 ‘은교’ 역시 촬영중이다. 뛰어난 화제성을 지닌 원작 소설과 박해일이 70대의 노 교수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미지의 존재인 여배우 김고은과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아직 포텐셜이 터지지 않은 김무열의 존재까지 여러 면에서 주목받을만한 작품이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적어도 ‘성인용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관객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계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영화들이 기획돼야 한다는 점에서 성인용 영화들의 승부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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