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일상화된 수입차 인증 지연, 이대로 놔둬도 될까
기사입력 :[ 2019-05-31 13:32 ]
구매자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판매는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일시적인 문제로 그칠 줄 알았던 인증 지연이 일상화되고 있다. 수입차 판매는 큰 폭으로 줄고 원하는 차를 제때 살 수 없는 불편이 이어진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공항에서 입국할 때 가장 허탈할 때 중 하나가 입국 심사다. 비행기도 정시에 도착하고 내리기도 먼저 내렸는데 입국 심사 시간이 오래 걸리면 허탈하기 그지없다. 환승 시간이 촉박하면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자동입국 심사 대상이 아니라면 시간이 더 걸린다. 심사마저 까다롭거나 비행기가 여러 대 착륙해서 사람이 몰리면, 공항을 빠져나가는 시간은 몇 배로 더 걸린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수입차는 지난 몇 년 동안 인증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인증 지연으로 신차 출시가 늦어진다. 최근 몇 개월 수입차 판매 하락세가 두드러지는데 매달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30% 정도 줄어들었다. 수입차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기에는 하락폭이 이례적으로 크다. 여러 원인 중 인증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증 문제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사태를 계기로 인증이 강화되면서 시작됐다. 일시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배출가스 시험방식을 적용하면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일상화 돼가는 모양새다. 엄격한 관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금은 걸림돌로 작용하는 추세다.



인증 사태를 되돌아보자.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사태가 터지면서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2주 정도면 인증을 받던 이전과 달리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업체가 제출하는 서류를 토대로 인증을 하는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추가 서류 제출 과정에서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인증 서류 조작에 대한 전수 검사도 이뤄져서 인증 취소도 잇따랐다. 이후에도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인증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인증 취소와 지연으로 출시 일정 등이 미뤄지면서 혼란이 일어났다. 차를 제때 팔지 못해 마케팅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차를 기다리는 구매자 이탈도 이어졌다. 디젤차는 인증이 더 오래 걸려서 유종에 따른 차종 비율도 변화가 생기는 등 시장 구조도 바뀌었다.

인증 문제는 잠잠해질 틈도 없이 지난해 9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시행으로 더욱 혼란에 빠졌다. WLTP는 이전방식에 실주행 환경을 반영해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 이후 생산한 차 중 디젤차는 새로운 인증을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판매할 차종도 줄어들고 판매할 차도 부족해졌다. 인증 대기 중인 차가 많아서 인증에만 몇 개월 이상 걸린다. 출시 예정이지만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구매자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수입차 판매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합리적인 인증 강화는 당연히 환영받아야 한다. WLTP는 국내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유럽과 같기 때문에 유럽에서 인증 받지 못한 차는 국내에도 들어오지 못한다. 문제 있는 차는 걸러내야 한다. 인증 지연이 문제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 인증을 아예 신청하지 못하는 차들도 있다.

인증 지연이 시설이나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인증 지연은 제한된 인증 시설 때문인 이유가 없지 않다.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제때 들여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인증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정도로 예상했던 인증 지연은 올해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안에는 풀린다는 전망이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인증 시설을 무턱대고 확장하기는 힘들다. 이번 인증 지연은 WLTP 적용으로 일시에 몰린 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이 상태로 놔둔다면 언제 또 이런 인증 지연 사태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확장은 필요하다. 입국 심사도 평시에는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다가 사람이 몰리면 심사대를 추가로 개방하고 심사원을 더 투입한다. 그래도 길어진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불편을 줄이는 시스템은 갖춰 두는 게 낫다. 인증은 기계 장비와 전문 인력 문제라 유동적인 운영이 쉽지 않겠지만, 인력과 장비를 놀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고려는 해봐야 한다.

인증 지연으로 수입차시장도 변화가 크다.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었고, 판매 순위도 인증 여부에 따라 갈릴 정도로 인증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신차가 나오면 국내에 거의 비슷하게 들어오는 일도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차를 보기 쉽지 않다. 디젤이 인증받기 힘들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증 받기 쉬운 가솔린 모델이 강세를 보인다. 아예 디젤 모델을 없애는 브랜드도 생긴다.



인증 지연을 시장의 한 요소로 본다면, 인증으로 인한 문제도 시장의 한 단면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결하거나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불편을 없애는 게 먼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