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현대차 걱정, 당분간 붙들어 매셔도 좋겠습니다
기사입력 :[ 2019-06-02 09:59 ]


제조업 DNA 고집 꺾은 현대차, 방향성 제대로 잡았다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자동차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나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하는 의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동화로 전환, 모빌리티 시대, 중국차의 부상 등 격변하고 있는 환경에 현대차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러한 의견들의 핵심입니다. 품질 이슈나 삼성동 부지와 관련된 부동산 얘기 역시 빠지지 않는 곁다리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새로운 리더십 체제 구축

현대차는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를 확고하게 갖추었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부터 줄곧 현대차 직원들의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다른 고위 임원들과 다르게 불필요한 의전을 최소화하고 소탈하게 직원들과 소통하는 그의 리더십이 새 시대의 현대차에 잘 어울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그런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그룹 총괄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돌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향이 정해지면 어떻게든 일사분란하게 돌파해내는 것이 현대차를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현대차는 다소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정의선 부회장이 리더로 나선 이후에는 다릅니다. 최근 현대차가 내린 여러 가지 중요한 의사 결정들은 현대차가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 방향을 정했음을 잘 나타냅니다.

◆현대차의 중요한 결정 3가지

최근 현대차의 추세는 한마디로 얘기해 “개방성 증가를 통한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 대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① 수직 계열화에서 투자로

현대차는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를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공동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절감한 비용을 연구개발과 외부 파트너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이죠.

실제 현대차는 최근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 업체 리막에 총 8000만 유로(1067억 원)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의 올라, 동남아의 그랩 등 승차 공유 업체에 투자했으며, 배터리용 첨단 소재 개발 업체 아이오닉 머터리얼즈(미국), 자동차용 통신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오토톡(이스라엘), 섬유광학기술 및 라이다 개발 업체 옵시스(이스라엘), 음성인식 기술(사운드하운드) 등 다양한 기술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현대차는 필요한 역량을 모두 내재화하는 수직 계열화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이 방식이 현대차가 세계적인 가격 경쟁력과 실행 속도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직 계열화 방식은 제조업에는 어울리지만 유연성이 떨어져 급변하는 기술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듭니다. 급격하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하기보다는 기술력과 가능성을 지닌 기업들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현대차는 과감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생존에 더 적합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② 인재 운용의 방식 변화

현대차는 약 10년 전 피터 슈라이어를 시작으로 최근 루크 동커볼케, 알버트 비어만, 사이먼 로스비, 파예즈 라만 등 빅네임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왔습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출신 지영조 사장, KT 출신 윤경림 부사장 등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빅네임을 영입해왔습니다. 최근에 현대차는 이러한 디렉터급 영입에서 더 나아가 그룹 전반적으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현대차 그룹의 조직 문화는 다소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현대차의 주축들은 강력한 공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메이드인 현대” 인재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공채 제도의 특징은 좋은 신입 인력들을 공채로 뽑아 회사가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즉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든 일 잘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필요한 직무로 로테이션 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범용성이 높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문성을 키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은 융복합의 시대로 자동차 산업 외의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으로는 효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력을 육성하거나 외부에서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최근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 채용으로 전환했습니다.



③ 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현대차는 최근 신형 쏘나타를 발매하면서 엔진 성능, 핸들링, 승차감 등 기존의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 요소보다는 IT 기술을 대폭 강조했습니다. 사실 최근의 자동차들의 성능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피부에 확 와 닿도록 체감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이보다는 미래의 트렌드인 커넥티비티, 전동화, ADAS, 차량 공유에 적합한 상품성을 갖추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에 강조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자동차라는 상품을 바라보는 현대차의 관점이 변했음이 잘 드러납니다.

현대차를 이를 위해서라면 카카오(국내), 알리바바(중국) 등 더 잘하는 IT 기업과 손을 잡는 데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현대차의 분위기 반전

현대차의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의 하락세를 벗어나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우선 내수 점유율이 굳건합니다. 내수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현대차의 이익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루머는 국내 공장의 수출분 등 해외 이익의 국내 이전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건 내수 시장은 현대차에게 든든한 보루입니다. 2016년만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던 국산 자동차 시장은 어느새 다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독주 모드이며 거기다 수입차 역시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몇 년 동안 주춤하며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다시 상승세입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를 앞세워 실적 개선이 기대됩니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SUV 대응이 늦어 고전했지만 마침내 소형 SUV부터 대형 SUV까지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갖추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친환경차 대응도 꽤 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서는 코나, 쏘울, 아이오닉 등 꾸준히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수소차 분야에서는 넥쏘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제조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 서비스 회사로의 전환

정의선 부회장은 다가오는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앞으로 아무리 모빌리티 환경이 변하고 소유가 아닌 공유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더라도 완성차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여전히 주도권은 완성차 업계에 있습니다. 어찌 됐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한데 자동차를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건 완성차 업체니까 말이죠.

중요한 것은 제조업 DNA를 고집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대차가 제조업 DNA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IT 사업을 해서는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경영진에서 이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모빌리티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하면 현대차 내부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그에 걸맞은 인재들을 영입해서 밀어주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현대차는 이미 자율주행, 친환경, 커넥티비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부족한 것은 사올 수 있는 자금력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성입니다. 앞으로의 미래에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최근 현대차의 행보를 보면 적어도 방향성은 명확하게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