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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 현대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날이 오길
기사입력 :[ 2019-06-06 10:21 ]


제네시스 브랜드, 가장 시급한 것은 ‘전시장 독립’

[전승용의 팩트체크]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가 나타나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꽉 잡고 있는 이 시장은 바늘 하나 쉽게 꽂지 못할 정도로 빈틈을 찾기가 힘듭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렉서스가 아직까지 유럽에서 힘을 못 쓰는 모습을 보면 그 힘듦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됩니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한 지도 벌써 3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네시스, 하반기 첫 SUV GV80 출격..2020년 6개 라인업 완성’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제네시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명차로 인정받았다는 내용, BMW 및 벤츠와 견줘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에 반발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개인적으로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차’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 야박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나오는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가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니거든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별로인 차가 국산차 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네시스의 ‘차’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차에는 그다지 불만이 없는데, 브랜드에는 아쉬움이 많거든요.



소비자들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이가 느껴지나요?’라는 주제로 5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진행했는데요, 총 2822명이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33.9%(956명)는 조금의 차이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응답은 24.1%(680명), 명확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21.9%(618명), 전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20.1%(56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얼핏 긍정 대답이 많은 듯합니다. 차이가 느껴진다는 대답이 총 55.8%로 느껴지지 않는다(44.2%)보다 많은 것으로 보이니까요.

그러나 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조금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사실상 느껴지지 않는다는 대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느껴진다와 느껴지지 않는다의 비율은 55.8:44.2가 아니라 21.9:78.1이라는 것이죠.



설문 댓글을 살펴보니 차이를 못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전시장(서비스센터)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차 전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파는데 누가 이 둘을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제네시스를 독립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예전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고급 모델쯤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현대차 측에서는 ‘전시장 분리는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당장은 어렵다’라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삼성동 한전부지 신사옥에 들어간 10조원은 어디서 났냐’며 납득하지 못할 듯합니다.

뭐, 생각해보면 단순히 전시장만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분리하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뭐가 그리 두려웠는지(자신이 없었는지) 현대차의 유산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죠. 덕분에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에 필요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보기란 어려웠습니다.



일단 ‘제네시스’란 이름 자체가 새로운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현대차 세단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면서 기존에 현대차로 팔던 제네시스(DH)와 에쿠스를 이름만 바꿨을 뿐이죠. 신차가 없는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에 소비자들은 갸웃할 수밖에요.

또, 차명을 ‘G+영문과 숫자 조합으로 교체한다며 제네시스(DH) 이름을 G80으로 바꾸더니, 에쿠스는 기존 에쿠스의 브랜드 충성도를 이어간다며 EQ900으로 지었습니다. 고작 2개 모델밖에 없는데도 서로 다른 네이밍 방식을 사용했으니까요. 결국 EQ900은 얼마 안 가서 G90으로 다시 바뀌었고, 소비자들은 더 헷갈리게 됐죠.

G70이 출시됐지만, 제네시스를 이끌고 있는 모델은 여전히 G80과 G90입니다. 브랜드 론칭 시점이 너무 빠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현대차그룹의 신차 일정을 보면 올해 하반기 G80 풀체인지와 GV80이 추가된 후 2021년까지 GV70, GVE70, GC80, GE60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짜 신차는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현대차그룹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는 현대차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던 시기였죠. 2015년 9월에는 고성능 브랜드인 ‘N’을, 11월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2016년 1월에는 친환경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선보이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특별히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론칭 당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이후 제네시스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BMW에서 M 브랜드를 담당하던 알버트 비어만을 비롯해 벤틀리 출신의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인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등을 영입한 목적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한 큰 그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시간은 꽤 흘렀고, 3년 6개월 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썩 만족스러운 행보는 아닌 듯합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연결고리도 끊어내지 못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 자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댓글을 보면 디자인부터 실내 고급감과 첨단 사양까지 현대차와 확연한 차이 난다는 긍정적 의견이 꽤 많았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현대차로부터 독립적인, 진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라는 것이죠.

한꺼번에 하지 못하더라도 하나씩 바꿔나가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대차가 아닌 제네시스 전용 전시장(서비스센터)을 늘려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아반떼와 G90이 블루핸즈에 같이 있는 것을 보고 갸우뚱 했다’는 댓글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딜러망을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제네시스 브랜드가 현대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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