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준비 안 된 창업 얼마나 무모한 일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여수 꿈뜨락몰 편은 ‘무모한 창업’의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번 편만큼 준비 안 된 가게들이 있었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르뽀로 만들어버린 위생불량 꼬치집과 다코야끼집이 첫 회 등장했을 때 이미 이 가게들이 얼마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는가를 시청자들은 실감한 바 있다.

꼬치집은 특히 심각했다. 청소를 하지 않아 꼬치양념이 석쇠 밑으로 떨어져 마치 화석처럼 되어버린 상황도 문제였지만, 기성품을 사다가 수제꼬치라고 내다 파는 건 더 심각해보였다. 그래서 청소를 직접 구석구석 하라고 백종원이 미션을 주었지만, 그마저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했고 마치 자신이 다 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위생상태, 음식 게다가 가게를 하는 마인드까지 되어있지 않은 집이 과연 장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다코야끼집은 뒤늦게 본인이 하고 싶다는 만두집으로 바꿨지만, 만두를 빚는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백종원이 애초에 말했지만 만두집은 달인 수준으로 손에 익지 않으면 손님을 원활하게 받기가 어렵다는 것. 처음에는 시제품 만두피를 사다 하던 사장은 그나마 백종원의 조언을 듣고 직접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었고, 나름 지역색을 살린 만두소도 개발해 이제 그럴 듯한 만두를 내놓는 정도가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만큼 준비 안 된 집이 덜컥 하고 싶다고 만두집을 해도 되나 싶다. 백종원의 도움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나.

버거집은 곧잘 수제버거를 만드는 집으로 보였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모습이 자기 음식에 대한 확신이 없어보였다. 백종원은 그렇게 소신과 고집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버거집 사장님에게 그러다 보면 ‘손님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된다’고 했다. 이런 자신 없는 모습은 문어집 사장에게서 더 잘 드러났다. 문어집 사장은 한 때 문어로 음식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문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이렇다 할 메뉴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문어를 포기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문어를 재료로 하는 요리를 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음식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어떻게 그것을 손님들에게 내놓을 생각을 할까.



그나마 이 꿈뜨락몰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집은 돈가스집과 양식집이었다. 돈가스집은 처음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래 자신이 하려다 놨던 삼치삼합가스를 백종원의 조언대로 ‘삼치앤칩스’로 바꿈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종원의 조언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 양식집은 이번 꿈뜨락몰편에서 ‘우등생’으로 꼽히며 이미 거의 완성단계에 있던 파스타들을 내놔 백종원을 감탄하게 했고, 백종원은 여기에 갓김치 파스타 레시피를 도와줌으로써 별다른 솔루션 없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돈가스집과 양식집을 빼놓고 생각해 보면 나머지 가게들이 만일 백종원과 이 프로그램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과연 이들 가게들은 자생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준비 안 된 무모한 창업이 가진 심각함을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꿈뜨락몰 편은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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