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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택시, 이제 시장의 경쟁에 맡겨야할 때
기사입력 :[ 2019-06-07 14:53 ]
택시산업,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라도 경쟁이 등장해야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택시산업은 지난 10년간 논란에 시달려왔습니다. 소비자는 택시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택시기사들은 낮은 수입에 고통 받는 등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례로 등장한 우버, 카풀, 타다와 같은 대안들에 소비자는 열광했고 택시업계는 결사 항전으로 맞서왔습니다.

택시는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산업이며, 택시면허는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 영업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국가가 택시 시스템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 기술의 발전과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

정부가 택시산업에 각종 규칙을 통해 개입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소비자 후생에 가장 이로운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부가 통일된 가격을 정하고, 택시기사의 신원과 자격을 보증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거리의 아무 택시나 안심하고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부가 택시요금을 물가 관리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변화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우버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한 것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이동에 필요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승차 공유 뿐만 아니라 택시나 벤 같은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는 교통수단을 한 곳에서 제공합니다. 이러한 모빌리티 플랫폼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부가 개입해야만 가능했던 일들을 이제 시장의 사업자도 할 수 있으며, 특정 부분에서는 정부보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우선 모빌리티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를 찾는 수고를 혁신적으로 줄여줬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들은 어느 곳에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시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 택시로 인해 택시 기사들의 운영 효율이 증가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모빌리티 플랫폼은 목적지와 경로에 대한 시비가 거의 없습니다. 목적지는 호출 시 승객이 설정하며, 경로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대로 가면 되니까요. 기사와 승객 간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거기다 올해 택시에도 도입 예정인 앱 미터기를 활용하면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정말 말 한마디 안 해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플랫폼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거를 수 있으며, 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위치가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객이 안심하고 차량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 평가 시스템이 있어 서비스 퀄리티가 더 높습니다. 탑승자들의 누적된 평가를 통해 운전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퀄리티를 예상할 수 있고 운전사들도 자연스럽게 서비스에 신경 쓰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유동적으로 가격 조절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버는 가능한 공급의 대수에 비해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상황에 따라 가격을 더 받습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모빌리티 플랫폼과 승차 공유가 동일한 개념은 아닙니다. 우버, 그랩 등은 시작은 승차 공유 플랫폼이었을지 몰라도 결국 종합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승차 공유는 매칭률에 한계가 있습니다.



◆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만이라도 경쟁이 등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존 법규 체계에서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제대로 동작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택시 시스템은 “배회 영업”을 기본으로 가정하고 설계되었는데 모빌리티 플랫폼은 호출 영업 형태라 성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택시요금을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더라도 더 높은 이익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경쟁을 통한 혁신보다는 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환경인 것이죠.

우리나라의 현 제도 아래에서는 카카오 택시나 T맵 택시가 구현 가능한 최선의 모빌리티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위의 장점 중 일부만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 중개 플랫폼일 뿐이라 이들이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공급 자체는 어차피 일반 택시로 “무차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운송 시장의 질 자체가 경쟁을 통해 향상되기는 어렵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등장한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택시업계에 대한 불만은 계속됐던 지난 몇 년간의 상황을 반추해보면 이는 명확합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택시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이 시작되려면 국가가 직접 택시 시스템에 개입하던 단계를 지나 정부는 심판의 역할로 전환하고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새로운 구조를 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만이라도 말이죠.

예를 들어 자본주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인 가격(요금)을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더 다양한 수요를 더 잘 만족하게 하는 플랫폼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가격 설정이 필요합니다. 무분별한 요금 산출에 우려가 있다면 모빌리티 플랫폼은 택시 요금의 최대 N배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호출 전에 예상 가격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급의 형태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기존의 중형 택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차량과 기사들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마치 타다처럼 말이죠. 요금 설정이 자유롭고, 공급의 형태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면 여러 형태의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고, 그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만이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 기존 택시 사업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방안

모빌리티 플랫폼을 시대적인 흐름으로 인정하더라도 시스템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이 입을 피해를 보전하고 이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배회 영업만은 여전히 택시의 독점적 권리로 둘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배회 영업은 즉시 탑승이 가능해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택시 면허 중 일정 수량을 플랫폼 면허로 전환하는 것을 필수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택시 운전 자격증을 따는 것을 필수로 하고 자격증을 통해 택시업계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방법들은 아직 불완전하고 설익은 생각들이라 허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더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운영의 주체를 시장으로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를 자율주행차에 대한 담론은 넣어두더라도 모빌리티 플랫폼은 당장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며, 지금이 무너져가고 있는 택시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골든타임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택시와 같은 점 대 점 이동 시장의 운영 주체가 이제는 정부에서 시장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입니다. 이 공감대가 형성되고 방향이 결정되면 시장이 경쟁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S 택시 같은 앱을 직접 개발하며 선수로 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고, 심판으로서 소비자 후생 증가를 유도할 수 있는 시장의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스,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영역은 여전히 국가의 몫일테지만요.)

어느 분야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승리하며, 변화를 주도해왔습니다. 이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고, 우리 사회도 성숙한 만큼 택시산업도 시장에 맡기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지 않을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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