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 언제 적 지역감정을 가져와 유머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제가 ‘미스트롯’하고 나서 전라도의 행사는 처음 와봐요. 제가 전라도. 가인이가 경상도 가서 울었어요. 근데 제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무대 올라오기 전에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뵈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 그런 줄 알았는데 여러분들 이렇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라도 자주 와도 될까요? 외가댁은 전부 다 전라도세요. 낳아준 분, 길러준 분 다 어머니이듯이 전라도, 경상도 다 저에게 같은 고향입니다. 감사합니다.”

TV조선 <미스트롯>으로 주목받았던 홍자가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열린 ‘2019 영광 법성포 단오제’ 축하무대에서의 이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뵈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 그런 줄 알았는데”라는 표현은 실로 충격적이다.

사실 홍자가 한 이 발언은 전라도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강조해서 표현하기 위한 수사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와보니 ‘열화와 같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언의 요지가 그렇다고 해도 그 곳에 오기 전까지 전라도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부적절하다. SNS로 올라온 대중들의 반응 중에는 심지어 “요즘은 70대 어르신들도 저렇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까지 담겨있다. 젊은 세대가 쌍팔년도 시절에도 부정적으로 얘기되던 지역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농담이랍시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것.



홍자 측은 지역 비하 논란에 대해 바로 사과의 입장을 올렸다. “적절치 않은 언행으로 많은 분들께 불쾌감을 드려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저의 실수이며, 저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더 신중한 언행과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런 사과에 대해 대중들은 그것이 ‘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즉 문제는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뵈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 그런 줄 알았는데”라는 부적절한 표현에 있는 게 아니라,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는 그 지역 구도의 프레임을 여전히 갖고 있는 그 마인드에 있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땅덩이에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는 지역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냈던 건 이를 표 대결로 세우려 했던 구악 정치의 소산이다. 그리고 그 구악 정치의 프레임은 광주 민주화 운동 같은 비극적인 시대의 아픔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과연 홍자는 이런 ‘전라도 운운’하는 말을 농담처럼 할 수 있었을까.

제 아무리 한 순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스타덤에 오른다고 해도 말 한 마디가 만든 논란으로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달라진 대중문화계의 현실이다. 한 때의 실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마인드를 인정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적절한 대처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홍자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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