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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우루스는 그저 비싼 차가 아니다
기사입력 :[ 2019-06-11 13:21 ]
람보르기니 우루스 통해 본 고성능 SUV의 존재 이유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이 SUV는 단순히 고급스럽고, 비싼 제품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모터스포츠 DNA가 있고, 주행 성능 면에서 언제나 최고를 목표로 합니다. 그런 목적에서 탄생한 고성능 SUV죠.”

고성능 SUV 전성시대. 여러 자동차 회사가 저마다의 이유를 내세워 주행 성능이 뛰어난(뛰어나다고 하는) SUV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SUV’와 ‘고성능’의 조합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고성능이란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을뿐더러, ‘SUV를 굳이 고성능으로 만들어야 하냐’는 본질적인 궁금증이 반복되기 십상이다. 그만큼 고성능 SUV는 알면 알수록,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정의하기가 힘들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고성능 버전을 예로 들자. 최고 트림은 V8 5.0L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는다. 이 엔진이 발휘하는 최고 출력은 525마력. 최대 토크는 63.8kg∙m에 달한다. 2019년형 BMW M4 CS(460마력/61.2kg∙m)보다 높은 엔진 출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이 차는 ‘고성능 SUV’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 코너에서 민첩한 코너링을 요구하면 차의 움직임이 곧바로 불안정하게 바뀐다. 애초에 이 차는 스포츠카나 모터스포츠 접근 방식에서 설계한 차가 아니다.

레인지로버에 달린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오프로드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됐다. 다목적성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물이지만, 결과적으로 역동적인 주행 성능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런데도 엔진이 이렇게 고성능을 발휘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레인지로버의 경우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운 주행을 위한 것이다. 엔진 출력을 모두 쓰지 않더라도, 차고 넘치는 출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레인지로버의 경우처럼 프리미엄 SUV들의 욕심은 갈수록 커진다. 날렵한 디자인과 공간의 효율성, 첨단 편의 장비뿐 아니라 스포츠카 뺨치는 주행 성능까지도 탐낸다. 250마력 이상의 SUV가 주변에 흔하다. 일부는 ‘광기’에 사로잡혀 엔진 출력을 적정치의 두 배 이상으로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세상에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차는 없다. 따라서 SUV가 아무리 ‘고성능’을 강조해도 어딘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주행 성능’이다. 스포츠 주행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일반 스포츠카에 비해)제대로 된 운동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많은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고성능 SUV라는 장르가 회의적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자제어 기술 덕분이다.



포르쉐 마칸 GTS는 작은 카이엔이 아니라, 큰 911이다. SUV로서의 진화가 아니라 스포츠카로서의 진화를 택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차를 경험해보면 그동안에 알던 SUV 특유의 주행 성능 특성과 한계가 사라지는 듯하다. 3.0L 트윈터보의 엔진(360마력, 50.9kg·m), 기본형보다 15mm 낮아진 스포츠 서스펜션, 의도적인 앞뒤 타이어 사이즈 세팅(앞 264/45 R20, 뒤 295/40 R20) 등의 세팅을 통해 제대로 된 스포츠카 필링을 선사한다.

실제로 테스트해보면 마칸 GTS는 제대로 된 스포츠카 DNA를 가졌다. 코너의 중간에서 SUV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라인을 따라 달린다. 코너를 탈출할 때도 네바퀴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거칠지 않다. 최신 포르쉐 스포츠카에 들어가는 미끄럼 방지 장치(ASR)나 트랙션 매니지먼트(PTM), 전자제어 차동잠금 장치인 토크 백터링 플러스(옵션) 등이 운전자의 명령에 지속적으로 개입한 결과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마칸 GTS와는 또 다른 방향의 주행 성능을 실현한다. 언제 어디서나 2.7t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험로를 달릴 수도 있는 오프로드 시스템을 갖춘다. 놀랍게도 차의 한쪽 바퀴가 심하게 뜨는 경사 구간을 지날 때도 실내에서는 차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탁월한 전자제어 시스템을 바탕에 두고 있다. 다이내믹 라이드 시스템은 최신형 48V 모터와 토크 센서를 바탕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그 효과는 포장도로에서도 분명하게 발휘된다. 이 기술은 노면이나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실시간 제어한다. 그러니까 오프로드에서 장애물을 넘거나 빠르게 코너링할 때 좌우 바퀴에 연결된 스태빌라이저가 좌우 각도를 변경하며 각 타이어의 최고 접지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벤틀리 벤테이가를 타고 서킷을 달려봤다. 차 앞머리에 달린 6.0L W12 엔진의 막강한 출력(608마력, 91.8kg·m)이 차를 대단히 빠르게 가속시킨다. 크고 무거운 차체를 가졌음에도 코너링 성능이 부족하지 않다. 코너를 향해 육중한 차체를 던지듯 운전해도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타이어 최대 접지력은 약간 여유마저 부리는 느낌이다. 웬만한 스포츠카처럼 코너를 쉽게 돈다. 그런데도 이 차를 서킷에서 타보면 스포츠 성능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차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럴 수 있는 실력’을 가졌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는’ 차다. 이 거대한 SUV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물건이다. 그 부분에 더 가치를 둔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어떤가. 소리만 더 요란할 뿐, 벤테이가와 주행 성능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차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서킷에서 타보고 깜짝 놀랐다. 우루스는 덩치나 모양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스포츠카였다. 강력한 성능의 브레이크, 민첩한 코너링 성능, 빠른 가속력 같은 일차원적인 요소를 실현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SUV(스포츠형 다목적 자동차)라는 장르에 맞게 다양한 주행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 범위가 넓었고 정확했다. 오프로드 주파 성능도 뛰어났고, 일반적인 도로 주행 조건에 필요한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진동이나 불필요한 진동, 불쾌감을 억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비싼 차니까 당연하지!’라는 결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모든 상황에 최적화되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접근한 기술자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모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주행 성능과 감각이 대표적이다.



우루스는 ‘ANIMA’라 불리는 주행 모드 제어 시스템을 가졌다. 온로드 주행 모드인 스트라다(STRADA)와 스포트(SPORT), 코르사(CORSA) 외에도 오프로드, 모레와 눈길 주행을 위한 테라(TERRA), 사비아(SABBIA), 네브(NEVE) 모드를 달고 있다. 실제로 각각의 모드는 완전히 다른 세팅을 통해 차의 주행 성격을 변화시킨다.

서킷에서 노멀 모드인 스트라다로 차를 몰았을 때,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절대 폼을 잡으려고 만든 SUV가 아니었다. 세상의 그 어떤 SUV보다 빠른,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스포트 모드에 들어서자 조금 전 경험한 한계를 크게 넘어섰다. 갑자기 차의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본격적인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함이나 응답성이 존재했다. 코너에서 차를 혹사시키는 기분이 아니라 운전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어떤 코너를 공략하든 우루스와 소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르사 모드에 들어서자 또 한 번 자동차의 성능이 달라졌다. 더 이상 SUV라는 태생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저 뛰어난 성능의 스포츠카였다. 민첩한 스티어링 반응이 존재했다.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코너의 끝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 네 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통해 꾸준히 접지력을 개선했다. 그런 반응이 너무 정확하게 느껴져서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우루스를 경험한 후 ‘고성능 SUV’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자제어 기술’의 접목과 활용이다. 전통적인 스포츠카에서는 운전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고성능 SUV에서는 또 다른 ‘가치’를 가져왔다. 애초 다목적성을 위해 존재하는 자동차라는 관점에서는 주행 성격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기다. 물론 모든 상황에 어설프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루스를 통해 이런 부분을 확인했다. 우루스는 그저 비싼 차가 아니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성능 SUV의 존재 이유와 개념, 방법까지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고성능 SUV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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