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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진짜 ‘모터’ 스포츠가 온다
기사입력 :[ 2019-06-13 10:39 ]


자동차 제조사들이 포뮬러 E에 깊은 관심 드러내는 이유

[모터스포츠로 본 아우디] 모터스포츠. 전통적으로 내연기관을 이용해 움직이는 탈 것으로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를 뜻한다. 속도에 대한 열망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 욕구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속도를 겨뤄왔으니 말이다. 달리기에서 시작한 경주는 말이 끄는 마차 경주로 발전한 후 자동차의 발명과 거의 동시에 모터스포츠 형태로 빠르게 변해 갔다.

자동차 경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터사이클 경주도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심지어 이륜차 뿐 아니라 2명이 탑승한 사이드카 형태의 삼륜차 레이스도 열린다. 지상만이 무대는 아니다. 수면 위를 수상 스키 타듯 질주하는 파워 보트 경기도 있고 정해진 장애물을 피해가며 공중에서 속도를 겨루는 비행기 경주도 있다.

내연기관은 화석 연료의 폭발을 이용해 운동 에너지를 생성해 바퀴를 빨리 돌릴 수 있는 출력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열과 소리 에너지를 부산물로 만들어 낸다. 천 분의 일 초 단위로 계측하여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가 모터스포츠의 본질이라면, 그 부산물은 모터스포츠 팬들의 환호와 아드레날린을 이끌어 내는 모터스포츠의 멋진 장신구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GT3 클래스의 R8 엔진 소리를 분간해 낼 수 있을 정도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설계한 엔진은 배기구에서 커다란 화염을 내뿜기도 하고 모터스포츠를 위해 설계한 낮은 차체는 아스팔트 노면을 긁으며 화려한 불꽃을 수놓기도 한다. 이런 요소 역시 관객들의 몰입을 높여주는 요소다. 한 때 포뮬러 원 조직위는 F1 경주차의 차체를 낮추고 다운포스를 높이도록 유도해 바닥을 더 쉽게 긁어 불똥이 자주 튀어오르게 만들기 위해 기술 규정을 수정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터스포츠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규정이 변화하고 추구하는 기술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의 추구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쓸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트랙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 수준의 소음 규정도 생겼다. 과거와 비교하면 요즘 레이스카들은 목청이 매우 얌전해졌다. 정해진 소음 기준을 넘어서면 경기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이런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아우디를 비롯한 여러 제조사들이 전기 모터를 레이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효율도 높고 배기가스라는 부산물도 발생하지 않으며 레이스에서 꼭 필요한 칼 같은 응답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통상 내연기관 엔진을 뜻하던 모터스포츠가 이제 진짜 “모터”스포츠로 변해가는 중이다.



아우디는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독특하게 엔진과 전기 모터를 각 차륜에 독립 배치한 e-트론 사륜구동 시스템을 선보였다. 디젤 엔진은 후륜으로 동력을 전달했고 전기 모터는 앞바퀴에 개별적으로 구동력을 보탰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데 감속 시 운동 에너지를 회수했다가 가속 시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동력원으로 활용해 내구레이스에서 분수령이 되는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 전후륜의 개별 제어가 주는 코너 워크의 이득까지 챙겨 결국 우승컵을 안았다.

이후 아우디의 “모터”스포츠는 이후 점점 빠르게 탄력을 받았다. 오직 레이스만을 위해 태어난 포뮬러 섀시에 BEV(배터리 전기 자동차) 파워트레인만을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레이스, 포뮬러 E가 개막한 것. 그리고 그 새로운 기술의 경연장에 독일 제조사로는 최초로 아우디가 팩토리 팀을 꾸려 참가를 시작했다. 포뮬러 E는 내연 기관의 부산물이 없는 무배기 무소음 레이스 형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레이스 무대를 도심 한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평상시 일반 도로로 쓰이는 구간을 경주가 열리는 기간 동안 특설 경기장 형태로 활용한다.



이런 스트리트 레이스는 내연기관 경주차들의 굉음과 매연 때문에 점점 유치가 어려워져 가는 상황인데 이를 절묘하게 파고 든 전략이었다. 국내에서도 창원과 인천 송도에서 이런 형태의 경주가 개최된 적이 있었으나 결국 주변 거주인들의 민원을 못 이기고 명맥이 끊겨 버리기도 했다.

전 세계 유명 도시를 돌며 치러진 지난 시즌에서 아우디는 공식 데뷔와 동시에 팀 부문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2세대로 진화한 포뮬러 E는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 결승 도중 의무 피트 스탑이 사라졌고 출력이 대폭 올라 에너지 관리 효율과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렁찬 배기음이 사라져버린 공백은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 뜯는 소리와 모터의 고주파음, 그리고 차체가 공기층을 가르는 바람 소리로 메워졌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러 제조사들이 포뮬러 E에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BEV 동력계의 성능과 내구성을 담금질하기에 아주 좋은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시간에 많은 방전과 충전을 해내야 하는 레이스의 특성상 BEV 시스템의 열관리와 에너지 효율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험 무대다.



모터스포츠가 포뮬러 E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양산차의 모습에 가깝고 순정 부품 비율이 높은 TCR 레이스 역시 전기 모터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개발이 한창이다. 아우디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 계열사에서는 MQB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RS3와 폭스바겐 골프, 세아트 레온에 이르기까지 총 세 종류의 TCR 모델이 개발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며 이 중 한 모델을 기반으로 이미 500마력급 전기 모터를 탑재한 E-TCR 컨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우디는 콰트로 기술을 앞세워 랠리 크로스(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혼합한 경기)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미 전동화 기술 규정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상태다. 즉, 포뮬러에서 일반 도로용으로 개발한 양산차 섀시에 이르기까지 전동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모터” 스포츠의 시대가 온다. 앞으로 레이스 트랙 위에서 수없이 많은 사고와 실패, 그리고 때로는 달콤한 샴페인 세레모니를 거치며 고성능 전기 파워트레인은 성숙해져 갈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강병휘(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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