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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N·제네시스·아이오닉, 그 애매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9-06-14 09:56 ]


선택과 집중 필요한 현대차, 모든 걸 다 잘 할 순 없기에

[전승용의 팩트체크] 2015년은 현대차그룹에게 매우 특별한 해였습니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8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할 때였죠.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인재들이 모였습니다. BMW에서 M 브랜드를 담당하던 알버트 비어만을 비롯해 벤틀리 출신의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인 맨프레드 피츠제널드 등이 현대차그룹에 합류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드림팀’ 느낌이 절로 드는 조합입니다.



지난주 다음자동차 칼럼에 ’현대차 걱정, 당분간 붙들어 매셔도 좋겠습니다’란 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새로운 리더십 체제가 구축되면서 제조업 DNA 고집 꺾고 올바른 방향성을 잡았다’ 입니다. 수직 계열화에서 외부 투자로 노선을 바뀌고, 인재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고쳤다는 것이죠.

충분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었지만, 댓글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순이익 50% 보장되는 꿀빠는 내수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팰리세이드같이 대충 만든 차 5000만원에 파는 것 봐라, 한국 같이 거저먹는 시장이 어디 있냐’는 글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아, 물론 ‘내수 시장 순이익 50%’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 말고, ‘한국 같이 거저먹는 시장’이라는 표현만요.



국내에서는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 그러나 해외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신규 제품 라인업이 기대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대차 N, 아이오닉, 제네시스의 애매함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2015년,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9월에는 고성능 브랜드인 ‘N’을, 같은해 11월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2016년 1월에는 친환경 브랜드(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을 선보이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불과 5개월 동안의 일이었습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이 세 브랜드에 대해 평가를 해보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보면 난관이 예상됩니다.



우선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보겠습니다. 모터스포츠 영역에서 보여준 저력은 놀라울 정도지만, 이 놀라움을 양산차로 이어나가는 연관성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개발 콘셉 자체가 ‘재밌게 달릴 수 있는 소형 해치백’이다 보니, i30 N과 벨로스터 N 등 볼륨이 그리 크지 않는 모델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쏘나타나 투싼 등에도 N을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진짜 ‘N’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N 라인’에 불과하죠. BMW의 M이나 메르세데스-벤츠 AMG 같은 진짜 고성능 브랜드로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N 브랜드가 나온 시점도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는 하나, 이미 많은 브랜드가 전통적인 레이싱 대회를 떠나 전기차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 시대에는 ‘엔진+변속기’가 아니라 ‘모터+배터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최근 ‘리막’에 1000억원(8000만유로)를 투자하며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그 결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이오닉의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친환경차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로 이어지는 친환경 라인업을 갖춘 모델임에도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모습입니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입니다. 현대차는 고급화를 통한 ‘준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역시 마찬가지죠. 일반 모델보다 더 좋은 사양을 넣으면서 고급스럽게 만들어 팝니다. 일찌감치 전기차로 체제 전환한 후 저렴한 전기차를 쏟아내는 중국 브랜드의 방향과 반대죠. 불안합니다. 위상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현대차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어디까지니 ‘가격 경쟁력’입니다. 중국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 풀렸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입니다.



제네시스도 국내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도 법인 시장이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지만요. 워낙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인 데다가, 론칭 당시의 라인업도 약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차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것도 부진의 이유죠.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뿐 아니라 일본의 렉서스(인피니티), 미국의 캐딜락(링컨),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 스웨덴의 볼보 등 세계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들과 싸워 이길 제네시스의 무기는 무엇일까요? 설마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외치면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지는 않겠죠.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현대차가 잘 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땅히 대안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해외는 다릅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독일차의 독과점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차의 위협이 거셉니다. 고성능 시장은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차의 보다 똑똑한 선택과 집중을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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